20200913
언리미티드에디션이 끝났다.
언리미티드 덕분에 북서울미술관에 몇 번 가보았다. 전에 살던 곳과 서울 노원구는 거리가 있어서 늘 여행하듯 멀리멀리 갔다. 지금은 노원으로 이사를 가, 올해는 가깝게 방문할 수 있어 기대가 더 컸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디든 거리가 똑같은 온라인으로 책구경을 해야 했다.
온라인으로 하는 북페어라니, 상상이 가질 않았다. 북페어의 매력은 가서 직접 구경하고 작가를 만나는 것인데 온라인으로 어떻게 구현이 될까. 삼 일 동안 열려 있을 홈페이지에 방문하는 것을 잊을까 알람까지 맞춰놓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책표지가 가득한 인터넷 세상이다. 구경을 몇 분 정도 하다 보니 어이없게도 온라인 전시가 나에게 참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기 많은 북페어에 갔을 때 느끼는 피로감은 그 해 느낀 피로감 순위권 안에 든다. 처음 북서울미술관에 갔을 때 친구와 함께 갔는데, 그때 나는 2층에도 전시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나온 적이 있다. 1층 만으로도 규모가 컸고 준비된 기력이 모두 소진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2층까지 있을 거란 상상을 하지 못했다. 도서 외에도 굿즈를 많이 파는 공간이다 보니 항상 사람이 많았고, 그때마다 역시 책은 서점에서 보는 게 제맛이라는 생각이 따라왔다. 그런 점에서 온라인 북페어는 가장 편한 내 방 안에서 누군가에게 치이지 않는다. 사람이 많아 기웃거리다가 포기하고 돌아서지 않아도 된다. 물론 작가마다 다르게 꾸며 놓은 부스를 보지 못하고 책을 구경하다 생기는 궁금증들을 바로 물어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것 나름대로 우리의 최선이고 재미있는 놀이다. 책을 판매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더 잘 팔리는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관객으로서는 새로운 경험이고 언젠가는 시도되었을 상황을 보다 빨리 겪어 오히려 안심이다.
그리고 며칠 뒤에 책이 배송 왔다.
사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찬찬히 책을 보면서 서점에 입고 요청을 할 책들을 모을 수 있어서였다. 그중 이 책만큼은 꼭 구입해 읽고 싶어 한 권을 구입했는데, 안유진 작가의 <이대로 걸어서 오른쪽으로>라는 독립출판물이다. 이대에서 경험한 추억을 만화로 그린 책이다. 나에게도 처음 이대에 갔을 때 떠오르는 향수가 있다. 게다가 스티커까지 주고 책 안에 그림들도 너무 귀여워서 소장 욕구가 들었다. 책을 받아보고 어릴 때 지독히도 사 모았던 아바타북도 떠오르고, 내용도 기대만큼 좋았다. 바로 입고 요청 메일을 드렸더니, 언리미티드에디션에서 모두 동나 입고를 정중히 사양하셨다. 책이 모두 팔렸다니. 축하할 일이다. 예상한 건 아니지만 이번에 책을 사두어 다행이다. 온라인으로도 많은 사람이 모였고 책을 구매했나 보다. 그래도, 내년에는 그 인파 속에 헤메고 싶다. 그래도 되는 날이 그립다. 그렇지 못한다면 부지런히 입고해둘 테니 서점에 마스크를 꼭꼭 끼고 책을 사러 와주었으면, 바라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