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7
책방에 반가운 손님이 왔다. 타로를 공부하고 있는 지인 분이 타로카드를 들고 책방에 와 준 것이다. 가까운 프루스트의서재에서 몇 번 타로를 봐주셨는데, 9월의 운세를 보고 이제 10월이 되는 참이라 겸사겸사 들려주신 것 같다.
7월부터인가 달마다 운세를 보았는데,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 일상을 늘 척척 맞추어주어서 꽤 신뢰감이 생긴 상태였다. 사실 타로는 금호동 그림책 책방 카모메에서 봤을 때도 그렇고, 나의 전후 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후 상황에 맞추어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고 믿으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튀어본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한국의 타로나 사주는 일정 부분 상담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이달의 운세를 보고 시시콜콜한 일들을 잘 물어보았는데 정작 진짜 중요한 문제는 질문하기 망설여졌다. 혹여나 좋게 해석하기 힘든 카드가 나올까 봐서, 이를테면 책방의 미래라던지 그런 질문은 꽁꽁 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책방에 직접 찾아와준 작가님을 보니 산뜻하게 물어봐도 실망하지 않을 것 같았다.
책방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스윽. 한 장 한 장 모조리 펼쳐놓은 카드 중에 하나를 뽑는다. 이 카드에 내 책방에 미래가 달렸다니. 조금 떨리는데, 그림만 언뜻 보니 크게 암울해 보이지는 않는다.
Queen of Pentacles
카드의 이름을 읽어보니 무려 동전의 여왕이다. 이 공간에서 안정적이고 풍요롭게 지낼 수 있다는 작가님의 해석을 들었다. 카드 안에 동전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이 아마 나일테고, 그렇다면 책방 한 구석에 내내 앉아 있는 나의 미래가 저 모습일 것이라는 말이다. 집에 가서 괜히 카드의 해석을 다시 찾아본다. 읽을수록 안심이 되는 해석이다. 믿고 싶다. 부적을 하나 받은 기분이다. 동전에 얼굴을 비추고 요리조리 보고 있는 카드를 무기로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한동안은 이 타로의 답을 믿으며 책방 문을 열고 닫고 또 열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