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04
09/30-10/4 추석연휴 쉽니다.
책방 옆에 값싼 커피숍이 있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아이스 카페라테를 꼬박꼬박 사 마신다. 이번 주는 추석연휴가 있는 주라 회사와 책방 모두 나가지 않고 4일을 보냈다. 책방을 막 열기 시작한 3월만 해도 이런 긴 연휴에 책방을 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매일 어딘가로 출근하는 삶을 지속하려면 쉬어야 했다. 오래 집 밖을 나가지 않아 카페에도 가지 않아서 내 몸은 카페인을 무척 원했다. 책방 옆 커피숍에 갔는데, 문을 열지 않았다. 오는 길에 추석부터 일요일인 오늘까지 쉰다는 가게들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이곳이라,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 문 연 카페에서 카페라테를 사 왔다.
꽤 길게 쉬었더니 이 생활이 익숙해져서 내일 어떻게 출근하나 싶다. 출근하겠지만 회사는 하나를 끝낼만하면 다른 미션을 주고 그게 끝나면 또 새로운 일을 벌이고 어떻게든 해내는 게 반복되어 이제는 감흥도 없다. 역부터 책방을 올라오는 약 10분 여간 본 가게들의 휴가 안내문을 떠올린다. 딱 저 기간만큼만 정직하게 쉬고 매일 문을 여는 자영업자의 삶. 그 무게를 내가 견딜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알바천국이랑 알바몬을 차례로 들여다 보고 마음을 달랜다. 고3 때부터 시작한 숱한 알바를 떠올리며 퇴사 욕구를 누른다.
추석 때 책방 문을 여냐는 물음을 받을 때면 평일과 주말 내내 일한다는 엄살을 부리며 쉰다고 말했고, 평일에 책방을 놀리는 게 아깝지 않으냐고 물으면 곰곰 따져봐도 그 날들이 아깝기보단 딱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더러 무섭기도 했다. 지금 이 생활주기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불쑥 찾아와서다. 다 제쳐두고 연휴 동안 즐거웠던 것만 떠올리기로 한다.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을 보며 뒹굴거린 것, 책방에서 보건교사 안은영 리커버판 도서를 판매한 것, 여성 영화를 소개하는 씨네페미니즘 세컨드를 입고한 것, 새로 구입한 매거진랙에 보기 좋게 잡지를 진열한 것, 친구와 예약제인 전시를 함께 보고 집에 초대해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한 것, 김뜻돌의 노래를 발견한 것, 이반지하 굿즈를 구입해 잠옷으로 입은 것, 동네 뒷산 산책로를 걸은 것, 지난 치앙마이 필름을 현상에 책방 인스타에 자랑한 것, 좋아하는 독립출판물 작가님에게 입고 요청한 것...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은 이토록 많다. 사실 어떻게 하면 책방에 손님을 더 많이 오게 할까, 내일 출근해서 보고할 시나리오는 어떤 방향으로 작성해야 하나, 무엇이 나의 업이고 무엇이 사이드잡인가에 대한 고민의 답보다 순간순간 기록하고 싶어 지는 많은 것들이 오늘을 버티게 한다.
9월도 금세 흘렀다. 나의 연휴도 이렇게 지나간다. 그래도 10월은 한글날이 껴 있어 또 하루를 쉰다. 한글날이니까 괜히 책방을 열까 싶은데, 어떡할지는 못 정하겠다. 사장 마음대로 굴러가는 책방. 백종원의 골목책방 이런 게 생긴다면 나는 아마 엄청난 악플을 받을 사장일 것이다. 아무렴 어때. 요즘 같은 세상에 버티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잘하고 있는 것 아닌가. 추석연휴 잘 쉬었으니, 이번 주말은 정상영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