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3일 ‘진짜 서점 같았어’

20201011

by 진진

손님이 '읽으면 기분 좋아지는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단편 ‘감정의 물성’에는 우울이나 행복 같은 감정을 상품으로 판매한다는 설정이 깔려 있다. 나는 이 감정의 물성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만난 손님 덕분에 나의 가설이 힘을 얻었다. 사랑시를 모아놓은 독립출판물을 건네며 ‘썸을 타지 않는데도 썸 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님이 풉 하고 웃었다. 손님은 다른 책을 사 갔는데, 책을 추천한 그 순간만큼은 기분이 좋아 웃었을 테니 그걸로 되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책방을 연달아 3일째 연 날이다. 6개월 만에 주말 이틀 출근이 아닌 사흘 동안 책방을 지켰다. 3일 출근의 마지막 날인 오늘 여러 손님이 간간히 방문하였다. 아무도 오지 않는 서점을 지키는 날이 많았는데, 무슨 일 일까. 진짜 서점 같다. 다소 무례한 질문을 하고 간 손님들은 책을 세 권 사 가서 좋았고, 간식을 사 들고 와 준 오랜만에 보는 얼굴은 서로의 근황을 나누고 고민도 가볍게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낯익은 손님은 책을 사지 않았지만 다시 올 거라는 혼자만의 믿음이 생겼다. 방금 나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 손님은 맛집을 묻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할 것처럼 보였는데, 그런 뜨내기손님도 환영이다. 아, 오늘은 오전에 도서관 납품도 하고 온 날이다.


3일째 문을 열어 두어서 일까, 아니면 토템처럼 지른 한 달 책방 월세 치의 블루투스 스피커 때문일까. 진짜 서점을 운영하는 날 같다. 이런 날이 내일도 모레도 지속되었으면 좋겠는데 내일은 회사로 출근해야 한다. 말을 정정하자. 이런 날이 다음 주말도, 다다음 주말도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일도 모레도 책방을 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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