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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Mar 28. 2021

취미는 서점 기웃거리기

20210328

  식당을 연 사람이 본인이 파는 음식만 먹지 않듯, 책방을 열었지만 여전히 다른 책방에 기웃거린다. 종종 나의 책방과 이웃한 책방에 안부를 물으러 간다. 새로 발견한 동네 책방의 독서 모임에 나가 본다. 여행에 가면 책방을 중심으로 하루를 계획한다. 약속 장소에 가보고 싶던 책방이 있었다면 만나는 이에게 권하고 함께 들린다. 책방을 연 후에도 나의 취미는 다른 서점에 가보는 것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책방이 책을 전시하는 방식을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정리를 하는지 한정된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 달라 보는 재미가 있다. 클래식은 책이 얼마 없을 땐 최대한 표지가 보이게끔 두어 책이 많아 보이도록 놓았다. 책이 점점 많아지면서 장르별로 공간을 나누었다. 에세이와 소설 사회/인문 도서, 인물을 소개하는 도서, 독립출판물과 헌책. 그 안에서는 출판사별로 책을 정리했는데 어딘지 깔끔해 보이지 않는 게 불만이었다. 이번에 여행에 가서 들린 서점은 책등 사이즈에 맞추어 정리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렇게 두니 정리하기도 편하고 보기에도 튀어나온 곳이 없어 깔끔하다. 손님이 많았던 그곳의 주인은 손님이 나가면 바로 책을 정리했다. 책을 정리하는 일이 그에게는 마치 어떤 의식처럼도 보였다.

  하루에 책방을 두 곳 들린 적이 있다. 두 곳 모두 책을 전면에 전시하는 방식으로 책장을 짰다. 그럼 둘 수 있는 책이 많지 않은 게 단점인데 한 곳은 북카페였고, 한 곳은 판매하는 서적이지만 카페가 주된 업종 같았다. 두 번째로 된 곳은 세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몇 권인지 셈해봤는데 120권 정도가 전면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 책방도 그렇게 책의 표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책을 두면 책이 더 잘 보이고 더 빨리 팔리고 그럼 순환이 잘 될까 싶었지만 지금도 도매 사이트 장바구니가 터질 것 같아 참았다.

  가장 최근에 갔던 서점은 생겼을 때부터 가보고 싶어 지도에 즐겨찾기를 해둔 서점이다. 마침 약속 장소 근처에 있어서 들렸는데 매체에서 본 사진이랑은 또 달랐다. 동네책방들도 온라인 서점을 여는 추세이지만 역시 서점은 직접 가봐야한다는 나의 지론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크기가 생각보다 작아서 놀랐다. 우리 서점보다 한두 걸음 정도 크기가 더 넓다. 그 크기는 주인이 차지해 조금 부러웠다. 좁은 공간이기에 나와 마찬가지로 책을 많이 두고 싶은 마음과 책의 표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해져 책장 중간중간에 책 표지가 보이도록 앞을 향해 둔 것 같았다.

  가끔은 책방에 넓은 내 몫의 책상을 두고 벽 한쪽은 전면에 표지가 보이도록 책장을 새로 짜고 싶다. SNS가 내 취향의 딱 맞는 알고리즘으로 가구를 추천해 줄 때 나의 책방에 둘 곳이 없다는 게 아쉽다. 그러다가도 책방에 오면 지금이 최선인 듯해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다른 책방에 가서 구조나 배치를 뜯어 보는 것도 결국 내가 꾸리는 책방에 적용하면 좋은 방식이 있는지 궁금해서다. 그리고 그만큼 동네책방은 전부 같은 책방이 없기에 구석구석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나의 책방에서도 그런 구석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늘기를 바라며 오늘 영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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