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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주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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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Apr 19. 2017

상호명은 '제주 없는 사람'

독립 서점 창업 준비기

  서점을 좋아하지만 서점을 차려서 운영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서점의 미래를 괜스레 나쁜 쪽으로 짐작하는 편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 한 수업에 교수님이 독립 서점과 전시회를 가보라는 과제를 주셨다. 독립 서점 방문은 처음이었는데, 첫 느낌이 좋았다. 각자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들려주는 책이 모인 곳이라 신선했다. 그때 그 서점에 주인이었을지 모를 사람을 보며 생각했다.

정말 한가해보인다. 책은 팔릴까? 구경만 하고 가는 사람이 더 많은 거 같은데,
  

  결론적으로 지금은 독립 서점에 가는 게 내 휴식이 되었다. 처음 교수님께서 독립 서점이라 말씀해주셨지만, '독립'이란 말은 애매한 점이 많다. 그 동네에 있는 소규모 서점이므로 동네 서점이란 말이 더 좋다. 처음에는 구경만 하고 나왔지만, 요즘에는 거의 매번 책을 사오고는 한다  

  여러모로 좋은 수업이었다. 몇 서점들을 찾아 다니면서, 전에 생각했던 서점의 이미지와는 다른 공간으로 다가왔다. 소규모 출판의 공급처를 제공하는 것 외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료를 제공하는 곳은 이미 많다. 책 판매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북카페와는 또 다르다. 전시를 열 공간을, 소규모 출판 작가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맥주를 판매하는 서점은 듣자마자 끌리는 곳이었다. 책과 맥주라니, 왜 이런 생각을 못했지?

서점이 재밌게 변하고 있구나, 나도 새로운 서점을 열고 싶다.   


   당연히 그때의 서점원은 한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가 정리를 비롯한 여러가지 고충들이 있었을 테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닐까? 멋대로 생각해본다. 사실 그 서점은 몇 달 후 가보니 정리가 되어있더라. 이제는 '역시 책이 잘 안팔렸구나.'라고 단념하지 않는다. 다른 새로운 다른 일이 하고 싶어졌다거나, 새로운 곳으로 옮겨 갔다거나 좀 더 희망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정말 매출이 안 좋아서 가게를 접었다고 해도 그 또한 실패는 아니다.


  좋아하는 말이 있다. 최근 열린 쉐퍼드 페어리전에서 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속에 나온 말이다.

To affect the quality of the day is no small achievement

오늘 하루, 무언가 영향을 끼친 일이라면 작은 성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거꾸로 생각해도 맞는 말이다. 작은 성과가 모이면 매일을 바꿀 영향이 생길지 모른다. 서점을 열고 싶은데 돈은 없다. 그저 휴학한 나날을 작은 성과로 채우다보면 언젠가 내 서점을 차릴 날이 오지 않을까?


  우선 이름을 정해보았다. '제주 없는 사람'. 휴학을 안했더라면 난 3학년 수업을 듣고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동기들은 작은 재주 하나 쯤은 가지고 있는 것만 아니라 꽤 뛰어나다. 그 속에 나는? 내세울 재주가 찾으려고 휴학을 했다.

 '재주'가 아니라 '제주'인 이유는 지금 있는 곳이 제주이기 때문다. 제주에 도착해 들린 동네 서점은 내게 이런 꿈을 가지라고 부추겼다. 서점을 제주에 차릴 생각은 현재 없으므로 제주 없는 사람이다.

오늘은 가게 이름을 짓는 큰 일을 했다. 시작이 반이고 나머지 반은 임차료와 권리금이다. 제주 없는 사람의 1차 컨셉은 제주다. 서점에서 꽤 중요한 포인트는 인테리어와 배치라고 생각한다. 침대에서도 책을 살 수 있는 세상이다. 포근한 침대 밖을 나오게 하려면 그 공간이 주는 의미가 특별해야한다. 그러므로 우선은 제주와 관련된 소품을 사고 제주도에 있는 독립 서점을 하나씩 가보는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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