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독립 서점 탐방기
제주에 도착하고 처음 간 독립 서점 '라이킷'에 있던 제주 책방 지도. 제주에 있는 동안 이곳을 다 가볼 예정이다. 그렇게만 해도 제주를 다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소규모 서점이 주는 매력은 주인의 선별을 거친 나름 엄선된 책이라는 점에 있다. 서점에 가면 이 책도 궁금하고 저 책도 궁금하다. 제주에 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제주와 관련된 책이 많이 보인다. 오늘은 '드로잉 제주'를 구입했다. 드로잉을 하며 제주를 여행한 책이다.
훑어 보는 것만으로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는 책이 있다. 생각해보면 서점은 방문하는 이들에게 아주 좋은 공간이다. 빵집에 갔을 때 시식용 빵을 많이 제공하는 곳을 가면 괜히 기분이 좋다. 무료로 이 빵 저 빵 맛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러다 배가 불러 3개 살 껄 2개 살 수도 있지만, 그 빵집은 손님을 배려하는 좋은 가게로 기억에 남는다. 서점은 대부분 샘플이 있거나 포장이 아예 되지 않은 책이 많다. 시식용 책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어렸을 때 대형 마트의 서점 코너에서 만화책을 읽던 기억이 난다. 읽고 싶은 책이 포장지로 쌓여 있으면 그렇게 아쉽더라. 지금은 어릴 때처럼 앉은 자리에서 그 책을 다 읽지는 않지만, 들여다 보는 책은 더 많아졌다. 특히 개인 출판으로 나온 책은 표지만으로 궁금증을 일으키고 어떤 내용인지 바로 감이 안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손이 더 간다. 책은 아무리 시식해도 배가 부르지 않는다. 물론 흔한 내용이라 놓게 되는 책도 있다. 비슷한 주제의 책들이 많아졌다지만, 그래도 똑같은 책은 없다. 어떤 책방은 아예 책을 가려놓고 키워드로만 책을 소개해 읽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하고 구매를 유도한다고 한다. 이도 재밌다. 소규모 서점이라 할 수 있는 재밌는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마음껏 들여다볼 수 있는 시식용 책이 좋다. 서점을 차리고 싶은 큰 이유 중 하나는 내 서점에서 판매할 책들을 미리 읽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정말이지 완독해보고 싶은 책이 많은데 주머니 사정때문에 겨우 한 두권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책방 지도에 나온 책방들 중 두 군데를 가보았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세 군데가 있는데 그 중 두 곳을 갔다. 간혹 독립 서점에서 다루는 책들이 비슷한 구성의 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나도 서울에서 독립 서점을 갔을 때 전에 봤던 똑같은 책들을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있다. 그래도 베스트 셀러가 눈에 띄게 진열해놓은 것보다는 새롭지 않은가. 아직 두 군데이지만 제주에 독립 서점은 서울에서 보지 못했던 책이 많다. 그리고 그 두 곳에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서 놀랐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한 곳은 잔잔한 노래를 틀어놨고, 한 곳은 라디오를 틀어놨다. 지석진이 DJ를 보는 라디오를 듣는데 전에 간 서점에서 들은 루시드폴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앞으로 갈 서점들은 소리가 들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