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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주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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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Apr 23. 2017

그 곳에 책방이 있어서, <소심한 책방>

제주 책방 2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제주 시내라, 육지와 별 다르지 않다. 버스를 한시간 좀 넘게 타고 내리면 '제주에 어느 마을에 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서 제주를 여행하고 있다. 버스 여행이다. 제주는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겁 먹었던 것과는 달리 꽤 편리하다. 동일주, 서일주 버스는 아직까지 배신한 적이 없다.

차분한 마을 종달리에 작은 책방, 소심한 책방.

  701번 버스를 타고 소심한 책방에 도착했다. 소심한 책방은 종달리에 위치해있다. 종달리는 다른 제주의 마을보다 크게 주목받지 않았었는데, 요즘에는 사람들이 찾는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소심한 책방도 그 역할을 한 몫 했다. 낮 시간임에도 가는 길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지만, 책방에 들어가니 옹기종기 책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책방을 나오는 길에도 소심한 책방을 가려는 사람들을 보았다. 종달리에는 오름과 괜찮은 음식점, 카페도 있지만 그곳에 책방이 있어서 불어오는 바람이 있다.   

  

  작은 공간에 책이 한 가득이다. 군데군데 책을 소개하는 책방 요정의 안내가 써 있다. 그 외에 따로 표시 되어있지 않지만 책의 분류가 눈에 들어왔다. 다만 책장 밑에 있는 책이나, 책장의 높이가 높아 위에 있는 책은 보기 불편했다.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책을 두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의 눈길에 닿기 위해서 책 배치에 대해 많이 고민해봐야겠다.  

  책 외에도 엽서 및 소품을 판매하고 있다. 엽서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여행객도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어 좋다. 여행지의 추억을 담아갈 수 있기도 하고, 제주 없는 사람에서도 책 외에 엽서 및 잡화를 판매할 예정이다. 책을 사지 않더라도 그런 소품들로 책방을 기억해 또 한 번 방문을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소심해질 때가 있다. 소심한 마음으로 차린 책방이라 당신의 소심함을 더 잘 공감해줄 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심한 책방을 들린 날은 장기 여행에 쓸 돈을 벌기 위해 종달리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날이었다. 인기가 좋은 푸드트럭 주차 안내를 돕는 일이었는데, 안내를 무시하는 사람이 많아 시간이 갈 수록 소극적으로 안내를 하고 말았다. 하루만 해서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일당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소심한 책방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책방을 가는 길에 조금씩 괜찮아짐을 느꼈다. 책을 둘러보면서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불쑥 소심해 못 다한 말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 혼자 있는 시간은 그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게 해주고, 서점은 혼자있기 참 좋은 공간이다.   


  그 날 번 돈으로 세 권의 책을 샀다. 이 중에서 오늘 읽어볼 책은 구선아 작가의 '여행자의 동네서점'이다. 서점 이야기를 다룬 책을 두 권사고, 산문집을 한 권 샀다. 오늘 읽을 책은 여행자의 시선에서 본 서점이고, 다른 한 권은 서점 주인이 말하는 동네 서점 이야기다. 책방을 나올 때 손에 책을 들고 나오는 든든한 기분이 좋다. 


소심한 책방

제주도 동쪽 끝 마을, 종달리의 작고작은 동네책방
 MON-SUN 10:00-18:00

(lunch time 12:00-13:00)

때로 휴무, 때때로 비정기적 심야책방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종달동길 29-6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종달동길 36-10(주차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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