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없는 사람들에선 1
제주 게스트 하우스에 처음 온 날, 짐을 풀고 맥주 한 잔을 주셔서 마셨다. 긴장한 상태였는데,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낀 밤이었다. 그 다음으로 게스트 하우스에서 술을 마신 건 생맥주 따르는 법을 배울 때였다. 따라 놓은 맥주를 읽고 있던 책을 마저 읽으며 마셨다. 술을 파는 서점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아직 가 본 적은 없다. 다음에는 꼭 가보고 싶다. 술을 마시면서 책을 읽으니 기분이 참 좋았다.
낯을 가리는 나로서는 어색한 사람들과의 술 한 잔이 어색함을 깨는데 꽤 도움이 된다. 이미 친한 사람들과도 술 한잔을 마시면 더 깊은 이야기를 부담 없이 하게 된다.
그렇다고 애주가까지는 아니고, 술집을 할 생각도 없다. 그래서 제주 없는 사람에서는 '1인 1잔'을 원칙으로 하는 술을 팔 예정이다. 딱 한 잔만 마시는 거다. 술의 이름은 '낯술'. 발음하면 낮술로 들린다. '낯'술도 되고 '낮'술도 된다. 낮이야 낮에만 팔거니까 낮술이다. 밤에 술을 마시고자 하면 흔한 술집에 가면 된다. 정확한 이름은 낯이다. 사람과 낯을 가리는 것만 아니라 책과 낯을 가리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내가 낯 가리는 사람들과 술 한 잔 마시면 조금 해소가 되듯이, 책과 친해지기 힘든 사람들이 술 한 잔 마시며 책을 보면 좀 덜하지 않을까?
물론 술 한 잔을 하며 책을 읽는 다는 것 자체로 매력적이다.
술의 종류는 생맥주와 뱅쇼로 일단 정했다. 또 우리 서점은 제주가 컨셉이므로 말린 귤을 띄워 제공할 생각이다.
오늘은 뱅쇼를 마실 생각이 없었는데, 어제부터 감기 기운이 돌아서 뱅쇼를 마셨다. 사실 뱅쇼와 아직은 친하지 않다. 뱅쇼를 만드는 영상을 보고 뱅쇼에 꽂힌 뒤 친구들과 만들어 마셔본 뒤로는 처음이다. 내가 만든 뱅쇼와 오늘 먹은 뱅쇼의 큰 차이를 느끼진 못했다. 역시 맥주와 함께 팔아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