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맛집탐방 2 - 오키나와 국제거리 울랄라 책방
2박 3일 동안 오키나와 책방 여행 아쉽지 않을까?
2018.02.20
아직 두터운 외투를 벗지 못하는 2월 중순, 영상 19도를 웃도는 날씨인 오키나와로 떠났다. 안에는 얇은 옷을 입고 코트를 입었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습한 기운이 덮쳤지만 덥지 않다. 저녁인데도 따듯하구나. 입고 있던 코트를 벗었다.
오키나와에 도착한 밤 저녁 한 끼를 먹고 쉬기로 했다. 들어간 식당은 시끌벅적해 혼자 들어간 게 뻘쭘했지만 다행히도 그곳에서 올림픽을 볼 수 있었다. 올림픽을 생각하지 못하고 끊은 티켓이라 한국에서 경기를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많은 식당에서 올림픽을 틀어놓고 있었다. 올림픽을 보며 내일 갈 서점을 생각했다. 부디 예기치 못하게 문을 닫는 일만 없기를 바라면서. 오키나와에서의 첫끼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타코라이스와 닭튀김을 먹었는데, 타코라이스가 입맛에 맞지 않았다. 닭튀김은 특별하지 않았다. 한 입 먹고 오키나와에서만 판매 한다는 오리온 맥주로 겨우 입맛을 돋구었다. 여행에 오기 전부터 오키나와 음식은 특별히 맛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 여행은 두번째인데 그 전에 갔던 여행지가 먹고 죽자는 오사카여서 더 비교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에 온 이유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키나와하면 떠오르는 따듯한 바다를 보러 온 것도 아니다.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우다 도모코 지음_효형출판)>
이 책이 나에게는 오키나와 가이드북이었다. '이런 책방이 일본에 있네?' '이런 사람이 오키나와에 있네?' 하며 오키나와 책방여행을 계획하고 떠났다. 오키나와 음식 맛보다 오키나와 헌책방의 헌책 맛이 더 궁금했다.
2018.02.21
다음날 아침, 급할 것 없이 숙소를 나왔다. 가려는 서점 세 곳이 모두 오키나와 국제거리와 가까운 곳에 있어 그곳에 숙소를 잡았다. 그 근처에는 작은 해변인 나미노우에 해변이 있어 바다를 보고 시장으로 향했다.
서점을 가기 전 오키나와에 도착했을 때부터 오키나와는 제주도와 매우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느껴지는 습하고 따듯한 공기, 이국적인 모습을 뽐내는 야자 나무. 그리고 제주 게스트하우스에서 일 했을 때 늘상 맡았던 숙소 냄새가 오키나와 숙소에도 똑같이 나 더욱 그랬다. 이쯤 되니 서점도 비슷할지 궁금해졌다. 제주의 서점은 어딘지 모르게 여유롭고 그 동네에 잘 스며들어있다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나와 같은 관광객들이 항상 책을 둘러보고 있었다.
울랄라 헌책방을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국제거리 안 시장에 위치한 울랄라 헌책방을 마주했다. 이곳을 가려고 오키나와에 왔다. 다행히도 문이 닫혀있지 않았다.(이 날 가려던 오키나와의 식당과 카페가 문을 닫아 매우 당황스러웠다.) 서점 주인 우다 도모코씨는 이미 온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책에서 받았던 그 느낌 그대로의 사람이었다. 반가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에게 난 이방인일 뿐이다. 내적 친목을 다지고, 서점 외관을 잠시 둘러본 뒤 안으로 들어갔다. 서점의 안과 밖을 나누기도 애매한 크기의 작은 서점이지만, 분리된 공간이 두 곳이나 있었다.
계산대와 매대를 지나 서점 안쪽으로 들어오면 사람 한 명이 들어가면 꽉찰 너비의 공간과 그보다는 널찍한 공간이 있다. 아무래도 작은 책방에 있는 책이니, 이 곳 책장에 꽂힌 책들이 더욱 대단해보였다. 일본어를 할 줄 몰라 그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게 많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눈이 가는 책이 있었다.
어쩐지 개인 출판으로 찍어낸 책 같았다. 처음으로 우다 도모코 씨에게 말을 걸었다. 부족한 일본어 실력과 영어를 섞어 가며 이 책이 개인이 만든 책이냐고 물었다. 원활한 소통은 아니었지만, 그는 내 말을 알아듣고는 지은이의 이름과 출판사의 이름이 같다며 알려주었다. 일본에서도 독립 출판으로 나온 책을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우다 도모코 씨는 다른 책도 같은 방식의 책이라며 소개해주었다. 역시 일본어를 모르니 어떤 내용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독립 출판 책만에 독특한 느낌만은 전달 받을 수 있었다.
그 옆 사람 세 명이 들어가서 책을 구경하면 꽉 찰 공간으로 가보았다. 마침 내가 책방에 갔을 때 여러 명의 사람이 있지 않아서 비좁지는 않았다. 글을 모르니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집이길 바라며 몇 권의 책을 들춰봤으나 완벽한(?) 사진집은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오래동안 숨 쉬고 있는 책들이 오키나와에서도 누군과와 함께하길 바라며 기다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런 서점이 시장 안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만으로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아무리 글을 몰라도 책 한 권은 사야지' 하고 고른 책은 우다 도모코 씨의 책이었다. 이미 한글 번역판으로 읽은 책 말고 한 권의 책이 더 있었다. 그 책은 아직 한국어로는 번역이 되지 않은 책이라고 우다 도모코 씨는 말해주었다. 한국어 번역판의 책 옆에는 대만에서 출간된 책이 있었다. 이곳은 한국 뿐만 아니라 대만과 중국과 같은 다양한 나라에 소개된 책방이다. 하지만 우다 도모코 씨의 자리는 소박했다. 의자 하나와 작은 책상 하나가 그의 온전한 그의 자리였다. 그의 책을 읽어보면 그가 이전에 준코토 서점 오키나와 지점에서 일을 하다 헌책방 주인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준코토 서점은 어떤 곳일까, 궁금해 준코토 서점에도 잠시 들렸었는데 층을 나눌 정도로 꽤 큰 규모의 서점이었다. 오키나와 관련 서적 또한 카테고리를 나눈 책장이 가득할 정도로 큰 서점이었다. 그런 곳에서 점장으로 일을 하다 시장 한 켠에서 울라라 헌책방을 연 이유는 무엇일까. 지레 짐작하지 않아도 서점에 있는 동안 헌책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가는 나이 든 신사의 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모든 책이 있는 대형 서점보다 언젠가 내가 읽어 봤던 혹은 찾았던 그 책이 있을 것 같은 서점에 발걸음을 옮기기 마련이다. 그는 한국에서부터 찾아온 젊은이일수도 있고 그곳을 매일 지나 다니는 누군가일 수도 있다. 제주도에서 책방 여행을 다녔던 때를 돌이켜보면 사람이 북적였던 책방은 대부분 관광객으로 가득했고 그것이 아니라면 손님은 나 한 명이었다. 짧은 시간 책을 둘러보는 것이 아닌데, 손님이 계속 혼자일 때 어쩐지 민망하면서도 아쉽다. '이렇게 좋은 책방에 왜 손님이 오지 않는 걸까?' 책방의 24시간을 지켜본 것이 아니기에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동네에 녹아드는 책방만큼 보기 좋은 책방은 또 없을 것이다.
울랄라를 떠나는 발걸음이 아쉽다. '당신의 책을 보고 이곳까지 찾아왔어요!' 하고 나를 더 어필하고 싶었지만, 그의 책을 사며 사인을 부탁한 것으로 만족했다. 차분하고도 반가운 마음으로 우다 도모코 씨는 내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었다. 그리고 한국어와 일본어로 고마움을 모두 표시하고 사인을 해주었다. 그럼 됐다.
2박 3일 짧은 여행의 목적이었던 울랄라 책방은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전혀 아쉬울 것 없이 여행을 마쳤고 오히려 책방을 돌아다니는 동안 같은 나라의 말을 쓰는 이를 보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어 더욱 특별한 여행이었다. 여기서 눈에 담은 모든 순간이 앞으로 책방을 열게 되기 까지 큰 힘이 될 듯하다
2018.02.22
넘어가도 될 말 하나_
울랄라 책방은 2011년 11월 11일에 문을 열었다. 거기에 감명을 받고 곧 다가올 2022년 2월 22일에 맞춰 책방을 열어 볼까? 그때 쯤이면 책방을 열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 이번 오키나와 여행에서 돌아와 한국에 도착하는 날이 2월 22일이었다. 돌아오고 보니 한국은 아직 너무 추웠다. 겨울을 지나 봄이 찾아올 때쯤 문을 여는 것은 좋지만 추운 겨울동안 책방 오픈 준비를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 일단은 보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