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책방] 미세먼지가 없는 책방

봄에 가기 딱 좋은 페미니즘 서점- 책방 달리, 봄

by 진진

3월 초, 아직 날씨는 풀리지 않았지만 점점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봄에는 어떤 서점에 가야 할까?

새해가 시작하는 1월도 좋지만, 꽃이 피고 세상이 푸르러지는 3월 역시 무언가 시작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이런 봄에 새로운 생각을 불어넣어 줄만한 서점은 어디일까. 가고 싶은 서점 목록을 들여다보니 '봄'이 들어가는 서점 두 곳이 눈에 띄였다. 또 그곳을 떠올리니 묵혀두었던 생각을 환기시킬 만한 곳이라는 느낌이 왔다


첫 번 째 서 점


; 서점 달리, 봄


가게 이름에 쉼표가 들어가는 경우는 많이 없다. 마치 시 제목같은 이 서점은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페미니즘 서적을 다루는 서점이다. 페미니즘 서적이란 무엇일까? 또 누군가는 페미니즘에 대해서 먼저 물음표를 날릴지도 모른다. 쉽게 정의하자면 페미니즘의 반대편은 성차별주의다. 차별 받는 여성 인권을 위한 서점이라니, 대부분의 여성에게 페미니즘은 그동안 이유 모르게 앓아왔던 불편함의 근원을 알려준다. 페미니즘을 접한 여성이라면(혹 남성일지라도) 그 불편함에 저항하고 세상을 보다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시작점 앞에 서게 된다. 앞서 궁금증을 던진 페미니즘 서적에 대한 감히 정의를 내리자면, 그 범위는 이론을 넘어선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다룬 모든 이야기다.

이제 막 페미니즘을 접한 아는 언니와 함께 달리, 봄에 갔다. 이곳에서 무엇을 달리 볼 수 있을지 살짝 기대도 들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지만 그 서점의 존재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곳이 있다. 우리는 서점에서 자연스럽게 페미니즘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둘러 보았다. 연인과의 문제와 가정에서 부터 깊숙이 자리잡은 결핍에 있어 언니는 페미니즘을 통해 어느 정도 답을 찾은 듯 했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사건들에 공감하며 페미니스트로서의 태도를 가지려 노력하지만 정작 관련 책을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다. 오히려 나보다 조금 뒤늦게 페미니즘을 접한 언니가 달리, 봄에 있는 여러 책을 추천해주었다. 언니가 페미니즘에 무지했던 시절 우리는 '맘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니가 그 단어를 썼을 때 나는 길길이 날뛰며 그 단어의 부조리함을 이야기 했다. 별 생각없이 쓰는 단어에서부터 숨 쉬듯 느껴지는 여성혐오 속에서 이 서점은 잠시 숨통을 트게 하는 미세 먼지 '좋음'의 서점이었다.

정말 사고 싶은 책이 수두룩했다. 굳이 페미니즘 서적을 다루는 서점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서점은 페미니즘 비치해 둔다. 하지만 이렇게 어떤 책장에서든 페미니즘 서적을 발견할 수 있는 서점은 드물다. 페미니즘 책 뿐만 아니라, 우리가 꼭 기억해야할 사건을 다룬 책들 또 주류를 벗어난 이들의 책이 함께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여겨왔던 모든 것을 달리 바라보고 싶다면 꼭 와볼 만한 서점임을 알 수 있었다. 고민하다 고른 책은 언니가 추천해 준 '엄마는 페미니스트'와 전부터 읽고 싶었던 소설 '쇼코의 미소'를 골랐다.


서점에 들어가니 이제는 따듯해졌다고 생각이 들만한데도 난로를 키고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조금은 '덥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 정도 온도는 정말 따듯한 나라의 평균 온도일 것이다. 거기서 남은 추위를 피해 우리는 애써 입고 있었던 외투를 이제는 벗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 세상은 달라져서 여성 차별은 없다고, 차별이 있다면 목소리를 내겠다고, 자신이 가진 외투를 걸쳐 주겠다고. 하지만 우리는 외투를 걸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원한다. 우리가 직접 이 겉옷을 벗기를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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