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책방여행 - 봄날의책방, 카페이봄
작년 2017,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남해의봄날을 처음 만났다. 남해의봄날은 통영에 위치한 출판사로 2012년부터 새로운 삶에 대안이 담긴 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넓은 행사장 안을 돌아다니다 남해의봄날 부스에서 '작가와의만남'(<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을 쓴 이미경 작가(화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을 준비하던 모습을 보았다. 출판사 관계자분은 서성거리는 나에게 준비한 자리에 앉아도 된다며 살갑게 말을 걸어 주었다. 책을 읽지 않았지만 어느새 자리에 앉아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연 시간이 끝나고 남해의봄날의 책을 둘러보았다. 반갑게도 제주에 있을 때 카페나 게스트하우스에 꽂혀 있어 읽었던 몇 몇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제주에서 뭐 하고 살지?_정다운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_김영미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아갈 자유, 디지털 노마드_도유진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_정은영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_백창화, 김병록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_백창화, 김병록>은 구입해서 읽었고 나머지 책은 제주에 있는 동안 들린 카페 혹은 게스트하우스에 있어 읽어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육지를 떠나 새로운 삶을 꾸린 이주민들 많은 제주이기에 남해의봄날에서 다룬 이야기들이 공감이가고 또 참고하기 좋은 내용이 많았을 테다. 나 역시 제주에 있는 동안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야할 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기에 남해의봄날 책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출판사를 신경쓰고 책을 읽지 않아서 이 책들이 모두 남해의봄날 출신임을 몰랐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남해의봄날 부스의 책을 구경하며 그 책들이 모두 한 공간에 있는 것에 감탄했다. 통영 여행도 이미 다녀온 후였다. 통영 여행을 가기 전 남해의봄날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통영은 작년 딱 이 맘 때 엄마와 함께 다녀왔다. 간혹 비가 와 쌀쌀했지만 막 벚꽃이 피기 시작한 따듯한 4월의 통영이었다. 그때는 남해의봄날은 커녕 여행에서 만나는 서점의 묘미도 몰랐다.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내려 또 버스를 타고 통영에 도착했다. 그리고 또 배를 타고 들어간 소매물도는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치를 선물해주었다. 이번에는 섬에 가지 않고 서점에 갔다. 벚꽃도 아직 몽우리만 맺어 있다. 그래도 아쉽지 않다. 서점은 섬이 준 자연의 풍경만큼 나에게 또 다른 영감을 선사했다.
이번에 통영은 찾아간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남해의봄날에서 운영하는 서점 봄날의책방을 가는 것. 많은 일정을 소화하기 힘든 1박 2일의 시간 동안 혹여나 시간이 맞지 않아 봄날의책방을 가지 못할까 조마조마했다. 다행히도 봄날의책방은 무사히 도착했지만, 아쉽게도 이튿날 가려했던 그리고당신의이야기는 월요일에 문을 닫았다. 방문하지 못했지만 세번째 통영 여행에서 꼭 가보고 싶다. 그리고당신의이야기는 한옥 스테이 잊음에서 운영하는 서점으로 서정적인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책방이다.
봄날의책방은 전혁림 미술관 옆에 있는 책방이다. 미술관 옆 동물원이 아닌 미술관 옆 서점, 4시간을 달려 통영에 도착해 가까스로 전혁림 미술관에 갈 수 있었다. 일요일 전혁림 미술관은 5시에 문을 닫고 봄날의 책방은 6시 반에 문을 닫는다. 두 곳 모두 입장료는 무료다. 봄날의책방을 만난 반가움을 뒤로 하고 얼른 전혁림 미술관부터 들렸다. 그의 강렬한 작품과 통영에서 보낸 시간들을 눈으로 훑고 다시 봄날의책방으로 돌아왔다. 깊은 감상을 하기에는 어서 책방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책방의 외벽은 시로 덮혀 있다. 그리고 시인의 초상화도 그려져 있다. 또한 책방 안에도 전혁림 화가의 작품이 함께 있었다. 문학과 그림, 또 음악 하나의 예술로 엮인 작품들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곳은 서점의 매력은 곱씹어봐도 끝이 없다. 노란색 문과 조화로운 식물들이 가득한 테라스에서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날이 조금은 추워 앉아 있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따듯해지는 요즘 마음 내킬 때마다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서점 외경을 구경하다 안으로 들어갔다. 서점에는 일요일에도 매대를 지키는 출판사 직원 분이 앉아계셨고 먼저 온 가족 단위의 손님이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건 남해의봄날 책을 전시해 놓은 테이블이다. '어떤 일, 어떤 삶' 시리즈인 '젊은 ooo에게 묻다' 중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를 읽고 미리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 온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내가 가진 무기는 단 하나, 젊음이 아닐까. 그 외에는 감히 무기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어설프고 서툴다. 이 나이를 살아가며 내가 얻을 '젊은' 다음에 명칭은 무엇이 될까, 잠시 고민해본다.
봄날의책방은 여느 책방처럼 한 눈에 그 구조가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어디로 발을 돌려야 할 지 고민하게 만드는 재밌는 책방이었다. 발길대로 '작가의 방'에 들어갔다 나오니 친절하게 방마다 설명이 적혀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방은 '예술가의 방'이다. 마치 고흐의 방에 들어간 것 같은 색감의 방에는 피아노가 있고 음악이 있다. 또 그에 걸맞는 책이 있다. 방이라는 컨셉으로 서재를 꾸린 책방의 아이디어가 깜찍하다. 방마다 다른 책방에 온 것처럼 오래 머물고 싶다.
방마다 방에 맞는 책들이 꽂혀 있다. 더욱 친절하게 이 책이 왜 이 방에 있는지 알려준다. 짧게 또 길게, 책의 주제가 적혀 있고 혹은 작가와 편집자의 한마디가 적혀 있기도 하다. 책이 꽤 많은 편이어서 책 하나하나의 제목을 살피느라 책방을 두 번 정도 돌았다. 처음 볼 때는 제목과 표지 위주로 보고 두 번째에는 종이에 적힌 추천글을 읽어보았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책을 팔기까지 하니, 그 만큼의 애정이 배로 다가왔다.
이곳 역시 일방통행이 아니다. 백석의 방으로 꾸며 놓은 '작가의 방'에는 방문객들이 방명록을 쓸 수 있게 공책을 마련해두었다. 또 책과 관련된 굿즈와 함께 남해의봄날만의 굿즈로 에코백이 있어 하나쯤 구매해 보고 싶었지만 책을 세 권 사는 바람에 가방은 포기했다. 책방에서 많아야 두 권의 책을 사는 편인데 이번 여행에서 들린 봄날의책방에서는 세 권의 책을 샀다. 다음날 가려고 했던 책방이 문을 닫아서 그 예산을 이곳에 쏟아부은 것이기도 하지만 그 만큼 사고 싶은 책이 많았다. 이곳에서 산 책이 다른 대형서점에 없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곳에서 책을 사지 않고 봄날의책방에서 책을 사게 된 이유는 분명하다. 통영의 봄 기운을 담은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더 머물지 못하는 마음을 책으로 달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많은 책을 담아가고 싶다.
남해의봄날은 서점 봄날의책방과 숙박할 수 있는 봄날의집 두 공간을 운영해왔다. 지금은 봄날의집 운영을 종료한 상태고, 2층 다락방만 봄날의책방 회원에 한해 마일리지로 묶을 수 있게 운영 중이다. 처음 통영 여행을 계획할 때 봄날의집 운영이 종료된 줄 모르고 이곳에서 묵고 책방을 구경할 계획이었다. 또 북스테이 공간이 어떻게 꾸려져 있는지도 궁금했다. 언젠가 통영에 살면서 봄날의책방에 마일리지를 쌓아 이곳에서 묵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참 좋겠다.
봄날의책방에서 묵지 못했지만 크게 아쉽지 않을 만큼 이번에 간 게스트하우스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은 책방을 보러 온 내게 이곳 카페의 분위기가 어울릴 것 같다며 추천해주었다. 누가 추천해주는 곳에 대한 기대를 크게 갖지 않는 편이지만, 이곳은 기대보다 훨씬 마음에 든 카페였다.
책이 많은 카페라고 들었는데, 얼마 전 헌책방을 오픈한 카페였다. 커피와 카레, 맥주 그 다음에 책이 적힌 입간판이 왠지 모르게 친숙함을 더한다.
카페에서 맥주 한 병을 시켰다. 주문을 받는 사장님께서는 여행을 왔냐며 부럽다는 말을 남겼다. 나는 통영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게스트하우스를 꾸리고 출판사에 다니며 서점을 운영하는 이들이 부러운데, 누군가는 또 내가 부럽나보다. 카페에서 다음 서점 여행지의 정보를 다음 책을 집어 안주거리로 맥주와 함께 읽었다. 다음 날은 바닷길을 걷다 늦지 않은 시간에 버스를 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첫 여행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게는 이 시간이 더 기억에 남을 듯하다. 통영에 다녀온 사진을 보고 지인은 다음에 만나면 통영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나는 이번 여행이 매우 만족스러웠다며 기꺼이 추천해주겠다고 답했다.
통 영 책 방 여 행 코 스
전혁림 미술관
봄날의책방
통영물회 성림
밤바다 구경
카페 이봄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는 코스다. 통영은 동피랑 벽화마을, 이순신 공원, 루지, 소매물도를 비롯한 섬들 등 다양한 볼 거리가 있지만 이번 여행에는 책방을 끼고 여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바다를 끼고 도는 것 만큼 찬란한 추억으 선물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