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가득한 책방 - 오버그린파크
올 봄 벚꽃이 유독 반갑다. 작년 4월 제주로 떠났을 때, 제주에 피는 벚꽃은 져가고 육지에서는 만발해질 시점이었다. 올해는 꽤 길게 벚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사는 경기에 벚꽃이 피기 전에 순천으로 여행을 가 미리 벚꽃을 보고 올라오니 또 만개해 있는 꽃을 만날 수 있었다. 4월 막바지가 된 지금 꽃은 저물고 있다. 좋아하는 계절을 묻는 다면 단연코 봄을 꼽겠다. 살살 따듯해지고 꽃이 피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봄은 우리를 들뜨게 만든다. 곧 꽃이 모두 떨어지고 피할 수 없는 더위가 닥친 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을 즐기고 싶다. 정말 꽃이 모두 떨어져도 크게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계절에 관계 없이 늘 푸른 식물 책방이 언제나 자리잡고 있으니까 말이다.
식목일이 있는 4월, 식목일에 맞춰 이 책방에 가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순천에 갈 일정이 생기는 바람에 가지 못했지만 늘 초록이 가득한 서점이니 언제가도 좋다. 식목일이 공휴일이던 때가 있었다. 쉬기는 했지만 나무를 심어본 적은 없다. 그래서 공휴일이 아닌 기념일이 된 것일까? 시시각각 미세먼지를 살펴 보고 마스크를 챙기는 요즘, 식목일을 잊고 살아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갑자기 삽을 들고 땅을 판 뒤 묘목을 심을까? 누가 '그 땅은 내 땅이오.'하며 쫓아내지는 않을까, 어디에 뿌리를 두고 살아야 할까.
오버그린파크는 근 반년 만에 두 번째 방문이다. 오버그린파크 역시, 가까운 발치에 있었다면 오며 가며 자주 들리고 싶은 책방이다. 식물과 책이 있는 서점, 이 두 가지가 주는 조화로움은 화낼 일이 가득한 일상에 작은 평화를 안겨 준다. 오버그린파크는 '녹색으로 넘치는 작은 공원'이라는 의미의 이름이다. 한글로 풀어보니 더 명확하게 그 의미가 다가온다. 어떤 상점이든 가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이름을 정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오버그린파크에 들어서는 순간, 아니 들어서기 전 책방의 외관을 바라보기만 하더라도 이곳이 왜 녹색으로 넘치는 작은 공원인지 알 수 있다. 책이 가득한 서점이 있다면, 이곳은 책과 식물이 모두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책과 함께 음료를 팔거나 다른 업종을 겸하는 서점이 점점 늘고 있다. 그래도 그곳은 서점이기 때문에 책이 더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하지만 식물과 책은 그 둘의 태생이 같아서인지 어느 것이 앞서거나 뒤서지 않고 더 없이 자연스럽다.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식물 이야기 사전(식물이 더 좋아지는)_찰스 스키너/목수책방'을 샀다. 식물이 가진 신화나 전해져 오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목수책방의 책이 궁금하기도 했고 여러 책을 고민하다 이 책을 골랐다. 오버그린파크에 어울리는 책이다. 오버그린파크에서는 식물과 관련된 책을 주로 다루지만, 그 외 소설이나 인문학, 독립 출판물의 책도 만나볼 수 있다. 오늘은 친구의 생일 선물을 사러 갔다. 내가 읽을 책을 고르는 일보다 다른 사람이 읽을 책을 고르는 일이 배로 어렵다. 생일인 친구에게 다른 친구와 함께 노래 선물을 하기로 했다. 노래는 권진원의 'Happy Birthday To You'! 생일에 안 부르면 섭섭할 이 노래를 엉망진창 화음과 함께 선물하기로 마음 먹고 생일 선물로는 무얼 줄까 하다 가사에 나온 대로 가까운(가깝지만 먼) 책방에 들러서 예쁜 시집에 내 마음을 담기로 했다. 책을 고르다보니 시집보다는 만화를 공부하는 친구에게 재미있어 보이는 만화책을 주기로 마음을 바꿨지만 말이다. 같이 노래를 부르기로 한 친구에게는 빨간 장미 한 송이를 사라고 해야겠다.
또, 기회가 된다면 이 곳에서 책과 함께 식물을 하나 데려오고 싶다. 나와 함께 동거하는 로즈마리가 외로울 수 있으니까, 비록 미세먼지 때문에 통풍은 자주 못 시켜줘도 햇빛만큼은 어마무시하게 들어오는 집이다. 추울 때는 너무 춥고 더울 때는 너무 더운 거기에 더해 미세 먼지에 제대로 숨쉬지도 못하는 이 땅에서 잠시 숨을 돌릴 곳이 있어 다행이다.
휴무일은 인스타그램 참고 @overgreen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