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책방] 같이 가고 싶은 책방

초록이 가득한 책방 - 브로콜리숲

by 진진

대학을 다니면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예상치 못한 공강이 생길 때다. 아직 시험 하나와 과제 두 개가 남은 시험 기간, 대학은 초중고와 다르게 중간고사를 보는 대신 과제로 대체 하는 경우가 있다. 간혹 배우신 교수님께서는 시험을 보러 오는 대신 과제를 하라며 시험 기간 중 하루를 공강으로 만들어주시는데, 이번에는 두 교수님이나 공강을 선물해주셨다. 원래 만들어 놓은 공강이 하루, 합치면 7일 중 3일이나 공강이 생겨버린 시험 기간. 과제는 틈틈이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한가로운 평일 서점으로 콧바람을 쐬러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아직 끝마치지 못한 과제가 눈에 걸려 멀리는 가지 못하겠다. 4월에 가기 좋은 책방이 많아 더 아쉬울 따름이다. 엄마와 함께 가면 참 좋을 듯한 충청북도 괴산의 숲속작은책방은 물론이고, 작년 이맘때 갔던 제주도에도 다시 가고 싶다. 4월의 제주도는 날이 정말 좋았다. 또, 제주에 가면 가야 할 책방이 더욱 많아져서 얼른 그곳에 가보고 싶다. 제주에 있는 동안 오픈 준비중이던 우도에 밤수지맨드라미, 인스타그램에서 계속 눈에 띄는 무명서점, 서울에서 제주로 터를 옮긴 책방무사까지. 가고 싶은 책방은 많지만 시간과 돈을 생각하며 잠시 다른 달로 미뤄둔다.


다행히도 조금씩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가고 그래서 무료해지기 시작하는 4월,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지는 지금 굳이 먼 곳이 아니더라도 휴가를 떠난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는 서점이 있다.


물론 사는 곳이 제주도나 다른 지역이라면 말은 달라지겠다. 내가 사는 곳은 휴양, 관광과는 거리가 먼 경기도다. 서점을 가려고 마음 먹을 때 찾아보는 지역은 주로 서울, 서울이 아니라면 아예 시간을 잡고 가야하는 먼 지역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 나에게 브런치에서 누군가 소개한 '수원' 책방은 새로운 책방 지도를 던져주었다. 수원이라하면 놀 때가 마땅치 않은 우리 동네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기 편해 중학생이 된 이후로부터 시험이 끝나기만 하면 놀러갔던 지역이다. 영화를 보고 노래방을 가고 가끔은 귀를 뚫고 옷도 샀던 곳. 지금은 그 친구들과 모임을 약속 할 때 대부분 서울로 약속을 잡는다. 조금 멀어도 이제 괜찮으니까. 그렇게 수원은 점점 멀어져갔다. 수원에도 좋은 책방이 있을 거란 생각을 왜 하지 못했을까? 다시 한 번 그 소개글에 감사한다.


골 목 책 방 브 로 콜 리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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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 책방 중에서도 브로콜리숲은 단순하게 이름에 '숲'이 들어가서 4월에 가면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울창한 숲은 아니더라도, 이름에 숲이 들어가 있는 책방은 숲에 간 것처럼 좋은 기운을 주지 않을까. 골목책방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골목 골목 지도를 찾아 들어간 곳에 위치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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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위치한 책방, 테라스에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책방은 2층에 위치해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책방 앞에 '여기서 책 읽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겠다!'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가운 의자와 탁자가 있다. 공강이 생긴 덕분에 평일에 올 수 있어서인지 사람이 없는 편이었다. 자리를 눈에 찜해 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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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안은 여느 책장 색이 그렇듯 갈색이 주를 이뤘다. 평범할 수 있지만, 이름에서 오는 느낌이 있어서인지 나무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엄청 크지도, 좁지도 않은 적당한 공간. 안쪽을 들어가면 큰 창이 있다. 창 밖 풍경은 서점을 이웃한 주택이 있는 곳인데 남의 집인데도 넋을 놓고 바라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를 준다. 오늘도 역시 친구 생일 선물을 고를 목적으로 책방에 왔는데 어느새 내 손에는 두 권의 책이 들려있었다. 친구 책 하나, 내 책 하나. 그것도 고르느라 무척 힘들었다. 들어서는 느낌이 좋은 책방에 오면 자연스럽게 사고 싶은 책이 많아지는 법이다. 대부분 책방에서 책을 사면 조금 더 둘러보다 책방을 나온다. 많은 동네 책방들이 앉을 만한 의자를 두지 않기도 하고 책과 책방을 모두 보았으니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초면인 책방 사장님에게 이것 저것 말을 걸만큼 넉살이 좋은 편도 아니다. 그런데 이 책방에서는 오래 앉아있고 싶었다. 우선 미리 봐둔 바깥 테라스에서 친구에게 줄 편지를 썼다.(브로콜리숲에서 파는 엽서를 샀다.) 더 앉아 있고 싶었지만 4월 낮의 햇빛은 강렬했다. 더위를 식힐 겸 다시 책방으로 들어와 주문대를 등지는 의자에 앉아 쉬었다. 다시 자리를 옮겨 큰 창이 있는 바 테이블에 앉았다. 앉아서 그냥 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힘이 났다. 오래 있다보니 책방 사장님께서 차 한 잔을 건내 주셨다. 복숭아 향이 좋은 차를 마시다 책방을 나왔다.

책방 사장님이 주신 차 한 잔

서점은 주로 혼자 다닌다. 혼자서 책을 보고 고르는 시간을 집중하고 싶어서이다. 또 서점에 같이 가자고 했을 때 모두가 반기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브로콜리숲만큼은 주변 사람들을 모두 데리고 오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책방이다. 내가 아는 사람을 이 서점에 데리고 오고 싶다는 것. 아쉽게도 이런 생각은 쉽게 들지 않는다. 책을 지루해 하면 어쩌지? 책 보다는 영화나 페스티벌에 가고 싶어 한다면? 괜한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같이 서점에 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브로콜리숲을 추천한다. 이곳이라면 모두가 더 오래 있고 싶어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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