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책방] 책, 출판사 그리고 서점

반 년의 마무리 - 서울국제도서전

by 진진

미스터 버티고 책방에서 서울국제도서전 포스터를 보고 곧 도서전이 돌아온다는 걸 알았다. 체감 상 작년보다 이르게 시작한 것 같았는데, 매년 6월 조금씩 선풍기와 에어컨을 찾는 그 시점과 같았다. 그저 내 시간이 조금 빠르게 흘러 그렇게 느꼈나보다. 1년 만에 돌아온 도서전은 고등학생 때 처음 가고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처음 도서전을 알게 된 건 신문을 보고서다. 논술 전형을 잘 보려면 사설을 읽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신문을 구독해가며 읽던 때 사설보다는 광고를 꼼꼼히 읽었다. 서울국제도서전 광고가 조금하게 실려있었고 곧바로 엄마를 꼬드겼다. 이렇게 많은 출판사 부스와 책과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던 작가와의 만남까지,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문과를 꿈꾸는 학생에게 놀이동산 같은 곳이었다.

그렇게 첫 방문을 한 뒤로 한 번의 대입을 거치고 대학에 와서는 쭉 잊고 지냈다. 그러다 제주도에서 서점 탐방을 끝낸 후 마침 서울국제도서전이 시작해 다시 이곳에 방문했다. 거기서 '남해의봄날' 출판사를 만나고 미국 서점을 다닌 강연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금 책과 책방이 주는 힘을 느꼈다.

올해는 도서전을 가기까지 꽤 많은 고민이 들었다. 주말에는 시간이 안되고, 종강한 직후 바로 가기로 마음 먹었지만 또 일정이 생겨버렸다. 결국 시험을 다 마친 4시 코엑스까지 가려면 한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지만, 7시에 마감하는 도서전에 잠깐이라도 발을 담구고 싶어 지하철을 탔다.

작년에는 서점의 미래라는 주제로 여러 서점들을 만나볼 수 있어 특히 좋았다. 이번에는 서점과 관련된 이벤트가 없는 줄 알았고, 듣고 싶은 강연 시간과는 맞지 않아 큰 기대 없이 갔다. 그런데 돌아다니다보니 사적인서점에서는 읽는 약국이라는 컨셉으로 사람들의 고민을 치유해주는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고 오버더그린파크에서는 벤치워머스 출판사와 콜라보해 식물과 홤께 책을 팔고 있었다. 두 부스 모두 다른 곳보다 사람들이 많았고 특히 읽는 약국은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사적인서점을 방문해본 적은 없어 인터넷에서 본 책방 사장님의 얼굴을 실제로 본다는 생각에 기웃거렸는데, 한 분의 이야기를 진지한 얼굴로 들어주고 계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표정만으로 이곳이 왜 인기가 많은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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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번 도서전에서 발길이 갔던 곳은 지역서점의 역사를 다룬 부스였다. 처음 서점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때부터 대형서점, 온라인 서점이 들어서고 지금까지의 서점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마음에 든 코너는 서점과 관련된 서적을 전시해 놓은 진열장과 동네 서점을 자랑하는 스케치 보드였다. 그곳에 언젠가 생길 내 서점의 이름을 쓰고 왔다. 지역 서점을 보고 나서인지 원주시 운영하는 '문학창의도시 원주'라는 부스가 눈에 띄였다. 그곳에는 초등학생 친구들이 만든 자신만의 동화책이 있었다. 장래희망을 그림책으로 엮었는데 자신을 소개하는 말이나 왜 그 꿈을 가지게 되었는지, 너무 똑똑하고 깜찍하게 풀어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판매하는 책은 아니지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이 이곳에 존재한다는 게 정말 가치있게 느껴졌다.

늦게 도착한터라 모든 부스를 다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이미 테이핑을 하며 마감을 하는 부스들이 속속 생겼다. 마음이 급해졌지만, 보지 못한 부스들이 아직 남았기에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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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성거리다 귀여운 보노보노를 만났다. 처음에는 보노보노 만화책이 있길래 구경을 하다가 곧 떠나는 유럽여행에서 만날 친구에게 한 권을 선물해주면 좋을 것 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옴니버스 형식의 내용일 테니, 가장 마음에 드는 표지를 고르기로 했다. 사진 상에서는 가장 오른쪽 위에 위치한 포로리가 나뭇잎을 이불삼아 누어있는 표지의 만화책을 골랐다. 보노보노 15, 마침 나와 내 친구는 15학번이니 의미 부여하기에도 좋다. 이번 도서전에서는 친구에게 선물할 책 한 권과 잡지사의 부스를 모아둔 곳에서 만난 프리즘오브의 화양연화 편 잡지를 구매했다. 홍콩 영화와 왕가위 영화의 분위기를 사랑하지만 화양연화는 과제를 위해 본 바람에 애정을 갖고 보지 못했다. 하지만 책 구성을 살펴보니 왕가위의 다른 영화 이야기도 담겨있어 주저없이 구매했다. 약 한 시간 반 정도 구경한 것 치고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서울국제도서전이 시작할 때 이변이 없다면 그때 나는 더 이상 대학생이 아닌 사회인이 된다. 그때는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그때 내 삶에도 지금처럼 서점과 책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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