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책방여행- 완벽한 날들
여름이 가기 전 엄마와 어디로 여행을 지 고민하다 결국 속초에 갔다.
속초에는 가고 싶은 서점이 세 군데 있었다. 동아서점과 문우당서림 그리고 완벽한 날들.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을 혼자 소화했다면 다 가볼 수 있었겠지만, 엄마와 함께 하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한 곳만 들리기로 했다. 고속버스가 정차하는 속초고속버스터미널 바로 뒤편에 있는 완벽한 날들. 가장 가보고 싶기도 했고 위치가 좋아 이번 여행에 일정으로 넣기 충분했다. 다른 서점은 다음 여행 때 꼭 가보기로 다짐했다. 속초는 두 번째 방문인데, 몇 번 와도 좋은 여행지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해도 좋다.
어떤 결과물에 '완벽'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는 쉽지 않다. 늘 부족한 것 같고 최선을 다했지만, 최고가 되기에는 아직 먼 것만 같기 때문이다. 다만 여행에서는 일정이 어긋나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도 그 나름대로 여행에서 겪는 재미이기 때문에 완벽한 날들을 보냈다고 종종 말한다. 이번 속초에서 보낸 완벽한 1박 2일은 강릉에서부터 시작했다. 기차를 선호하는 엄마 덕분에 강릉역까지 기차로 가 점심을 먹고 속초로 향했다. 강릉에서 오랜만에 먹은 초당 순두부와 파도가 넘실대는 강문해변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더 선물처럼 다가왔다.
속초에 도착하자마자 간 첫 번째 일정은 서점에 방문하는 것이었다. 늘 SNS로 소식을 받아보다가 처음으로 방문한 이 서점은 속초와 잘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속초의 작가들이 쓴 책을 소개하고 있었고 소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엄마와 나는 한 권씩 책을 골라 사고 잠시 쉴 겸 책을 읽었다. 내가 산 책은 <우리, 독립 청춘(우리는 소도시에서 일한다)_배지영>으로 브런치에서 대상을 받은 책이다. 책을 사고 나서야 브런치에서 연재된 책임을 알고 더 반가웠다. 소도시에서 나만의 책방을 여는 꿈을 가진 나에게 먼저 그런 꿈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은 꼭 소장해야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사는 무수히 많은 방식의 삶이 아름답게 기록되어 있다. 책을 산 덕분에 짐이 더 묵직해졌지만, 여행지에서 산 책은 돌아와서도 책을 읽으면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해주어 좋다.
길고 더웠던 여름이 끝나가고 또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겠지만, 그것 또한 무수히 많은 방식의 삶 중 하나가 아닐까? 평범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삶이 어쩌면 내가 걷는 길이 될 수도 있고 그것이 알고 보면 평범하고 지루한 일이 아닐 수도, 평범하고 지루한 일이 위대한 일인 것일 수도 있다.
서점에 있으면 새로운 생각이 담긴 책을 보게 되고 책을 읽다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경험 때문에 서점이 좋고 완벽한 날들 같은 서점이 곳곳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일 완벽한 날들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