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쿤 치앙마이 5 - 러스틱 마켓
치앙마이에 일주일 정도 있다 보니 알게 됐다. 이곳은 확실히 마켓의 나라다. 각종 야시장, 아침 시장, 플리마켓... 치앙마이에 도착한 다음 날, 올드시티에 먼저 살고 있던 친구를 따라 올드시티 관광을 했다. 밥을 먹고 사원을 세 개 정도 보고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선데이 마켓에 갔다. 선데이 마켓은 치앙마이 올드시티에서 열리는 큰 마켓으로 일요일마다 열리는 야시장이다. 이제 막 상인들이 물건 팔 준비를 하고 어두워지기 전인데도 사람이 많다. 외국인들이 주 고객인 것 같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시장. 이런 시장을 한국에서도 아주 어릴 때 가본 기억이 있다. 쓰라고 만든 것 같지는 않은 엄청 큰 연필을 그곳에서 구입하고 한동안 갖고 놀았다. 아파트 야시장도 종종 열렸는데, 요즘은 그 풍경을 보기가 힘들다. 적어도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그런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
사람도 많고 길기도 긴 선데이 마켓을 결국 다 돌아보지 못했다. 한 번쯤 더 올 테니 아쉽지는 않다. 두 번째로 간 마켓은 러스틱 마켓이다. 가기 전부터 한국인들의 후기가 좋아 기대를 하고 간 곳이다. 거리가 좀 있어서 친구들과 그랩을 타고 갔다. 세 명이서 그랩 할인 코드를 받아 그랩을 타면 한 명 당 600원에서 1000원 사이로 다닐 수 있다. 러스틱 마켓은 듣던 대로 분위기가 싱그럽고 파는 물건도 아기자기하니 예뻤다. 예쁜 건 비싸서 눈요기만 했는데 적당한 가격에 그림엽서를 발견했다. 고양이 그림이 귀여워서 하나 골랐다. 사진을 보여주면 그 모습을 고양이로 그려주길래 그것도 하기로 했다. 지나치기 어려운 그림체여서 내가 한다고 하자 친구들도 사진을 고르기 시작해 우리는 세 마리의 고양이가 되었다. 양 손을 양 옆 허리에 놓고 위풍당당하게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어 그 사진으로 그림을 그려달라 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주변 꽃들의 색감과 포즈가 마음에 들었다. 고양이 얼굴의 색도 정할 수 있어서 나는 오렌지로 해달라 했다. 받아보니 치즈냥의 모습을 하고 있다.
엽서 제작 시간은 한 명당 15분 정도. 그 만족스러운 엽서를 받아 보기 전에 우리는 허기진 배를 채웠다. 러스틱 마켓은 아침 일찍 시작해서 점심시간쯤 닫기 때문에 아점을 먹어야 한다. 먹음직스러운 돼지고기 덮밥을 발견해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디저트까지 배부르게 먹었다. 친구가 추천한 코코넛 빵은 처음 먹어보는데 어딘지 익숙한 맛이 나면서 맛있었다. 녹차 레몬 티는 익숙한 맛이 날 줄 알았는데 묘하게 태국의 향이 느껴져서 신기했다.
한국의 마켓과 비교해본다면 러스틱 마켓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소소시장을 닮았다. 뮤지션이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다는 점이 비슷하다. 웃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소소시장이 떠오른다. 친구는 그 공연의 노래가 좋았는지 녹음했던 노래 가사를 받아 적어 어떤 노래인지 찾아냈다. 친구의 여행 테마곡이 된 그 노래는 나도 한 동안 들으며 그때 그 분위기를 떠올렸다.
러스틱 마켓은 치앙마이를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가기로 했다. 러스틱의 기억을 그림과 노래로 남겨준 고양이 엽서 작가와 가수 모두 컵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