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주친 북 페어

컵쿤 치앙마이 6 - 치앙마이 대학 북 페어

by 진진

치앙마이 대학에 가기로 한 날. 친구가 먼저 치앙마이 대학을 둘러보다 사진 한 장을 보냈다. 치앙마이 대학 북페어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팔랑 거리고 있는 사진. 한국에서 하는 북 페어에 종종 가보았지만 대학에서 열리는 북 페어는 간 적이 없다. 찾아보니 매년 이맘때쯤 치앙마이 대학에서 북 페어가 열리고, 이번이 26번째 북페어였다. 해외에서 북 페어를 구경하는 것도 처음인데 대학에서 열리는 북 페어라니, 치앙마이 사람들은 책을 참 좋아하나 보다. 시장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그곳에서는 손으로 만든 공예품을 팔고 책은 아날로그적인 치앙마이의 감성과 잘 어울린다.

북 페어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도서전과 닮았다. 네모난 부스에 책을 비롯한 문구를 파는 상인들을 만날 수 있다. 태국어나 영어로 된 책은 사도 읽지 않을 것 같아서, 햄버거 모양의 펜을 하나 샀다. 한국어 교재를 하나 발견했는데 설거지가 설겆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어릴 때는 ‘설거지’의 맞춤법이 ‘설겆이’였던 것을 모르고 ‘설겆이’가 맞다고 하는 엄마와 한참을 투닥거리던 게 생각난다.

페어를 돌아다니다 보면 허기가 지는데, 치앙마이 북 페어에는 먹을거리를 파는 상점도 많았다. 우리는 밥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먹지는 않았다. 나오는 길에 ‘역촌 치킨’이라는 상호명을 단 푸드 트럭을 보았다. 글씨가 꼭 ‘교촌 치킨’ 글씨체였는데, 허니 콤보가 그리워지는 날이다. 치앙마이에 있으면서 흔하지는 않지만 가끔 한국어를 발견하면 반갑다. 역촌 치킨도 그렇고 화장실 같은 글씨가 한국어로 있을 때, 볏짚으로 만든 친환경 신발이란 말이 한국어로 적혀 있지 않았더라면 그 신발의 가치를 몰라보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 신발을 파는 상인은 가격 흥정도 한국어로 해서 어느 순간 나도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떤 마사지 숍에서는 끝까지 중국인인 줄 알고 중국어를 쓴 곳도 있었는데... 신발을 산 뒤 잊지 않고 컵쿤카 했다.

태국어는 가만 보면 어떤 규칙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규칙인지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 외국인이 한국어를 봤을 때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추측하게 만든다. 태국을 떠나기 전에 태국어의 초성 정도는 알아가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치앙마이 대학 북 페어를 발견한 친구와 한국어 안내를 적어 놓고 한국어를 써 준 상인에게 모두 컵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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