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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씨 Mar 04. 2021

EP.1 나의 독일 생활

지긋지긋한 인종차별









매일 같이 내가 걷는 길 위에서 당한 수많은 인종차별은 어쩌면 나의 환상이 깨지기 위해 적절한 타이밍에 다가온 것일지도 모른다. 집 밖으로 나가면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거리 위 불특정 한 타인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들은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고, 이곳에 적응하기 시작과 동시에 이방인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가득 찬 상태로 다녔고 내 마음은 점점 지쳐가 이곳의 세상과 단절시킬 준비를 했었던 것 같다.


어느 날, 학교에서 수업이 늦게 끝나 집으로 트람을 타고 가던 중에 한 남성이 다가왔다.

성희롱적인 말과 바지를 벗으려는 시늉을 하며 성기를 보여주겠다 하면서 혼자 신이 나서 춤을 추고 그 남자는 도망가버렸다. 나는 이때 너무 당황해서 아무런 반응도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트람 안에는 다른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 상황에서 도움을 줬던 사람은 없었다. 이때의 기억은 꽤나 강렬하게 마음에 남아 큰 트라우마처럼 작용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일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밀폐된 공간인 트람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타려면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이 점점 많아졌다.


만화에도 묘사되었듯 차별은 어디에나 존재했다.

똑같은 사람이지만 피부색으로 인해 혹은 내가 아시아 여성이기에 이런 대우를 받는다면 나는 이곳에 계속 머무를 수 있을까? 내가 예민해서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이것은 인종차별이 아닌 개인적인 호감을 표현하는 것을 내가 꼬인 마음으로 오해를 하는 것일까? 라며 나를 자책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이유 없이 나에게 차별과 혐오적인 발언을 한 사람들은 이런 고민조차 하지 않고 살아갈 것인데 참 여러 마음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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