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가까운 곳에 사는 회사 선배를 발견(?) 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휴직중,
아침 루틴은 꽤 정신없고 바쁘지만 단조롭기도 하다.
7:30 ~ 8:00 사이에 둘째 아이 첫 수유로 아침이 시작된다.
그 사이 첫째 아이도 잠에서 깨어 '쉬-손씻기' 루틴을 하고 나온다.
빵, 고구마, 호박죽, 샌드위치, 우유, 두유, 과일(딸기/바나나), 구운계란 등 간편식을 번갈아가면서 적당하게 식탁에 차려놓으면 첫째아이 스스로 먹는다.
첫째아이가 아침을 다 먹고, 씻기고 옷 입힐때 쯤 둘째 아이는 졸려한다.
8:30 쯔음 둘째아이의 낮잠1이 시작되고 (낮잠1 이지만,, 밤잠의 연속 느낌..) 8:50~9시 사이에 첫째아이 등원을 위해 집을 나선다.
요즘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첫째아이 셔틀 타러 갈 때 둘째는 재우고 홈캠을 보면서 나간다.
둘째는 지금도 4개월 아기지만, 더 아기일때는 뒤집기를 못해서 재워놓고 나가고 그나마 안심되었는데
요즘은 뒤집기를 시작해서.. 홈캠을 보면서 혹시 뒤집기 했는지 늘 확인해야한다.
첫째아이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가 먹었던 아침식사 잔해물과 키우는 강아지 털이 잔뜩 빠져지만
혹시라도 부시럭대는 소리에 둘째가 깰까봐 이 시간에는 집안일은 하지 않는다.
식세기 정리, 주방정리, 청소기 돌리기와같은 소리나는 일은 하지 않고
조용히 내 아침먹기 (단백질쉐이크 혹은 첫째가 먹고 남긴거),
브런치 글 쓰기
주식 확인하기
인스타 보기
노트북으로 해야하는 각종 신청, 예약 등
이런것들을 하는 편인데, 어느날은 멍하게 인스타그램을 보는데.. 어? 낮익은 헬스장이다.
이전직장을 같이 다니던 선배의 스토리였는데, 헬스장이 낮익은걸보니..이거..우리아파트? (ㅋㅋㅋ)
선배의 피드를 쭉 보다보니, 근처 삼계탕집도 나오고.. 확신했다. 여긴 우리 아파트다!
이 선배는 이전직장에서 같이 일을 한적은 없는데
나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쳐주던 페루 선생님의 또 다른 제자였고
그래서 스페인어 선생님을 걸쳐서 알게 된 사이였다.
같은 사무소에서 근무를 안해봤고, 전체직원 연수 등에서 이래저래 오며가며 봤던걸로 기억한다.
즉,, 그렇게 막 친한 사이는 아니였다.
그런데 무슨 용기였는지, 그 선배에게 DM을 보냈다.
원래의 나라면 절대 안했을 짓이다.
그냥 숨어서 눈팅만 했겠지....
'똑똑똑~ 선배님 저 기억나시나요..저..'
'혹시.. OOO 사시나요? 헬스장이 낮익어서..'
어색한 DM으로 대화가 시작되었고, 알고보니 선배의 첫째 아들은 우리 아들과 같은 유치원!
심지어 첫째의 둘째 딸도 같은 유치원 입학 예정이었다.
와- 이 동네에 와서 아는사람 하나 없이 외롭게 살고 있다고 느꼈는데,,
얼마 전 옆집 아줌마의 등장에 이어 이전 직장 선배까지 내 근처에 있었다니.
역시 하나님은 나에게 좋은 사람 보내는것을 멈추지 않고 있었구나 싶었다 (갑자기 신앙고백...)
동네 이야기, 유치원 이야기,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아직도 그 회사 다니는지 (선배는 내가 퇴사한지 몰랐다고 했다)
육아휴직자의 삶은 어떤지 기타등등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언제한번 상가에 있는 카페에서 보기로 했다.
뭔가, 절대 만나지 않을것 같은 K약속의 느낌이지만,
그래도 가까운곳에 남편과 공유하지 않는 내 친구가 있다는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 이 K약속의 함정은,, 이제 아파트 근처를 다닐때 약간 불편함이 생겼다.
내 근처에 살고 있다는걸 알았고,
헬스장, 카페 등 아파트 어매니티를 같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으니
동네를 돌아다닐때마다 '아 혹시 지금 마추지는거 아니야?' '나 지금 폐인인데' 라는 생각에
계속 주위를 살피게 되었다.
웃긴 이야기지만,, 괜히 마주칠까봐 밖에 나갈때 조금 더 신경을 쓰거나 아예 밖에 더 나가기 싫어졌다.
마음속으는 내 친구 하나 생긴것 같아 든든한데,
결국은 밖에 나가는게 조금 더 꺼려졌다.
마주치게되면 약 7~8여년만에 처음 만나는건데,, 뭔가 준비되지 않은 등/하원 패션으로 만나고 싶진 않으니까..
과연 안하던짓 3번을 한 대가로
나는 동네에 내 친구 한명을 더 얻은 것일까?
아니면 오히려 밖에를 더 안나가게 되는 핑계가 생긴것일까?
그나저나... '언제한번 만나요~' 라는 K약속,
지켜지긴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