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정신건강의학과 첫 진료

정신건강의학과는 신기한것이 많았다.

by 김이나

3주전에 예약한 정신건강의학과-

일주일전에 예약 확인 전화가 왔고, 하루전날 예약확인 문자가 왔다.

이것때문에 남편한테도 일찍 퇴근하고 아이좀 봐달라고 부탁했는데..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지만, 결국 나는 해냈다!

가는 차에서까지 '아, 뭐라고 대답하지'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모범답변을 만들었는데

막판에는 귀찮아서 그냥 냅다 갔다.


정신건강의학과에는 신기한것이 많았다.


1. 약을 병원에서 준다

내가 약처방을 받은건 아닌데, 대기실에서 가만히 살펴보니 약을 데스크에서 받아가는것 같았다. 왜지?

GPT에게 물어보니,

- 환자에 대한 낙인감 감소 (약국까지 가서 '정신과 약'을 받는것에 대한 부담 및 사회적 낙인)

- 약 복용률 증가 (의외로 약국가는것 귀찮아서 안가고 약도 스킵하는 경우가 많음)

- 용량, 용법이 세밀하고 부작용 관찰이 중요한 항우울증제, 항불안제의 특성상 원내제조 허용

오.. 꽤 납득되는 답변이다.


2. 진료시간에 따라 병원비가 다르다

진료가 10분내외의 약물 처방위주인지, 상담/치료가 개입된 지지적 대화가 2~30분간 이루어졌는지 등에 따라 병원비가 다르다고한다. (병원 안내 게시판에 나와있었음)

GPT에 물어보니, 30분이 넘어가는 치료적 상담은 더 비싸다고 한다.

오늘 약 20분? 정도 대화를 나누었는데, 18,000원의 진료비가 나왔다.

나는 국가 건강검진에서 중도 이상의 우울증 소견을 받아 초진 진료비 1회, 검사료1회가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지원되는 케이스여서, 관련 서류를 제출하자 자동으로 감면이 되었다.

보통 초진 진료비가 4~5만원이라고 하는데, 약 30% 정도의 가격으로 진료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심리학을 공부할 때, 그리고 정신건강사회복지를 공부할때를 생각해보면

심리적 문제나, 정신건강의학적 문제는 초기에 개입하면 상태가 확 좋아질 수 있는데

'정신과' 라는 특성상 그 문턱이 높아 초기에 개입하지 못하고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이런 제도를 통해, 정신건강에 대한 초기개입에 대한 문턱이 낮아진것 같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제도 평가...)


3. 엄청 다양한 검사가 있다.

이건 내가 오만했다.

나는 심리학을 전공했고, 임상심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심리상담 세팅에서 오랜시간 근무했다.

그래서 병원에 가도, 우울증이라고 하면 기껏해야 BDI정도 검사하겠지? 싶었는데

세상에나..엄청 많은 자기보고식 척도 검사를 했다.

'잘 기억해놨다가 이따가 브런치에 글 발행해야지' 했는데, 너무 많이 해서 이름도 기억도 안난다.



정신건강의학과의 물리적 분위기는, 여느 병원과 다르지 않았다.

리셉션 있고, 소파있고, 정수기 있고,

복도에 진료방있고...끝?

다만, 진료실 안에 들어가니까 의자가 많아서 어디에 앉아야 할지 몰랐다;

의사선생님 앞? 저쪽에 있는 안락의자? 이쪽에 있는 소파?

쭈뼛대면서 의사선생님 앞에 앉아 뻘쭘하게 진료를 시작했다.


의사선생님은 이름이 '융' 이였다.

칼 융 (Carl Jung) 의 정신분석학파를 공부하고, 칼 융 학파를 존경해서 개명한걸까?

아니면 진짜 이름이 융인가..? 아 그냥 활동명일수도..?

심리학자 칼 융의 스펠링은 Jung 이 맞지만, 선생님 명함을 쓱 보니 영문 표기는 Woong 으로 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표준 외래어 읽는 법을 감안한 스펠링인가?

의자에 앉아 잠깐 딴생각을 했다 (ㅋㅋ)


선생님은 말씀을 정말 잘하셨다.

많은 기간동안 공부하고 수련하여 갈고 닦은 아우라가 느껴졌다.

차분하면서도, 내 말에 공감을 잘하고, 내담자의 표현에 대한 정리와 반문도 명확했다.

'왜 오기로 결정했나요?' 라는 진부한 질문을 시작으로

차분히 내 마음과 머릿속을 탐색하는 질문을 하셨다.

나도 차분하게 떠오르는 감정과 사건들을 대답했고, 그렇게 할 수록 내 마음속 코어에 자리하던...

내 스트레스와 불안과 짜증의 원천인 '직장문제'에 도달했다.


사실 요 몇주 우울한 감정을 느끼면서, 내 자신과 마주하려는 노력을 스스로도 많이했다.

뭐가 문제일까

왜 이때 우울했고 왜 이때 화가 났을까

결국 내가 두려워하는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안되었을때 나는 무기력감을 느끼는가


의사선생님은 단 몇분만의 내 불안과 우울의 실체에 아주 근접하게 접근했다.


오늘 다양한 자기보고식 검사를 수행하고 왔고, 2주뒤에 두번째 진료를 보기로 했다.

한번 가보고나니, 이제는 다음 진료가 약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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