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형 인간은 취미가 없어요
요즘들어 주변 사람들과 갈등이 자주 생긴다.
친한사람들 말고, 애매하게 나와 관계맺는 사람들과의 갈등인데
'사회서비스제공인력'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것 같다.
갈등 1. 보험설계사
보험가입할때는 이것저것 다 보장되는 것 처럼 말했는데,
막상 청구하려고하니 '청구는 해봐야안다, 이런이런 서류들 다 떼와라' 해서 갈등이 생겼다.
'서류를 떼는것도 비용이 드니, 정확히 안내해주세요' 라고 요청하자
'본사에서 심사하고 나오는거라, 나도 그것까진 모른다' 라고 해서
달라진 태도에 기분이 상했다.
갈등 2. 첫째아이 학습지 선생님
'이번주부터 oo교재는 뺄게요' 라고 3과목중 1과목 제외를 요청했고 '네' 라고 답변도 받았다.
그런데 그 뒤로도 2주나 해당 교재를 더 가져오시길래,
'제가 지지난주 부터 뺀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하자
'어머님 이번달 교재가 이미 다 나와있어서 중간에는 못빼요' 라신다.
그럼 왜 내가 말했을때 설명을 안하고 '네' 라고 했을까?
그리고 지난번에 A교재에서 B교재로 바꿀때에는 교재 다 나와있는 상황에서도
B교재가 더 비싸니까 차액만 청구하고 바꿨으면서,,
왜 학습중단은 동일하게 '교재가 이미 나와있다'는 핑계로 안되는 걸까?
선생님은 명확하게 설명하시지 못했다.
갈등 3. 첫째아이 유치원
신학기라 셔틀버스 운행이 불안정한건 이해한다. (엄마랑 못떨어져서 우는애들이 너무 많음ㅋㅋ)
하지만 첫날에 무려 50분이나 늦게왔다.
심지어 유치원에서 차량지연안내는 40분이 지난뒤에 왔다.
유치원에 전화하자, 첫날이라 이래저래해서 지연이 되니 기다리면 온단다.
언제까지 기다리라고... 추운 날씨에? 난 둘째아이도 데리고 나왔는데?
심지어 셔틀버스 위탁사가 바뀌는 바람에, 기사아저씨가 아직 서툴러서 그런지 다른정류장에 있는 아이들을 먼저 태워버리는 사고까지....
유치원에서는 초기에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고(물론 차후 해명공문이 올라오긴했다)
아무도 죄송하다고 하지 않았다.
한 3명과 통화했는데...
모두 상대의 태도에 관련된 갈등이다.
본인의 이익에 따라 태도가 바뀌는듯한 모습에서 오는 갈등
또 하나 내가 이들에게 실망하고, 화가 나고,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나도 모르게 이들에게 회사 파트너들처럼 책임감있고, 프로페셔널하고, 명확한 태도를 원했던것 같다.
나에게 어영부영하지말고, 나한테 어중이떠중이로 이야기하지말고
명확하게 해명하고 사과하길 바랬다.
사실 이들과 나는 비용을 지불하고 사회서비스를 이용하는 관계이므로
내가 이들에게 회사 파트너처럼 프로페셔널한 태도를 기대할 순 없다.
근데 나도 모르게 그런 태도를 바란것 같은데, 왜 그랬을까? ... 를! 상담사와 찾아보았다.
대화를 통해, 나는 지금 사회적 활동이 단절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사회활동에 대한 갈증이 있고
1. 그들을 통해 사회적 활동을 할 때의 관계처럼 프로페셔널함을 찾으려 한 것
2. 애를 키우다 보니 만나는 사람이 이런 사람들 밖에 없음 = 이 갈등이 내 인간관계 갈등의 전부임.
나는 지금 어떤 관계에 목말라 있을까?
어른의 대화를 하는 관계에 목말라 있다.
이건 내가 해외에서 살 때에도 느낀 것인데, 교류하는 한국인이 너무 적고 그중에서도 어른은 더 적었다.
그래서 항상 '어른과 대화하고 싶다' 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어떤 교훈이나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대화를 하고 싶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대화하는 사람은
1. 남편
2. 첫째 아이 (6살)
3. 동네에 같이 애기키우는 엄마들
이 사람들과의 대화도 물론 즐겁다.
하지만 대화의 주제가 굉장히 평이하고 일상적이며, 정보제공의 목적이 많다.
어디 소아과가 잘한다느니
무슨 영양제가 좋다느니...
그러면 나는 과거의 어떤 어른과의 대화를 통해서 만족을 얻었을까?
1. 해외에서 일할때 지부장님
2. 해외에서 살때 목사님
3.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 소속 회사에서 내가 제일 원망하는 부장님.
(3번에 우리 부장님은, 나에게 업무적으로는 굉장한 스트레스이고 내 우울과 불안의 원천이지만 아는것이 진짜 많으시고 인성이 이상한 분은 아니라는건 인정한다)
상담사와의 대화의 끝에,
내가 대화를 통해 만족을 얻었던 상대는 대부분 회사에 있다는걸 발견했다!
아, 맞다. 그랬다.
나는 회사에 어린 동기이나, 10살 넘게 차이나는 어린 후임들에게
무엇을 물어보고 배우는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우면서 알아가는 새로운 세계가 즐거웠고
배우면서 내가 하나씩 업무의 영역을 넓혀가는것도 즐거움이였다.
또 이렇게 배우다보면, 결국 내가 그들의 앎을 넘어서는 순간이 생기는데 그 쾌감도 매우 컸다.
(어쨌든 사회생활 했던 짬빠가 있다보니 ㅋㅋ 배우다보면 금방 넘어간다)
종합해보면,
나는 평소에는 그렇게 회사다니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고
지금 상담을 받는 불안과 우울의 기원도 회사와 관련된 이슈인데
사회활동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 이유는
결국 나에게 회사란, 나에게 사회활동이란,
지적 영감과 앎에 대한 즐거움을 채워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학습형 인간' 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지적 유희와 앎에 대한 즐거움, 그리고 통찰과 사색을 즐겨하는 사람.
무언가를 배움에 있어서도 체계적으로 각잡고 해야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취미가 없다고 한다.
흔히들 말하는 그런 취미, 테니스..수영.. 오일파스텔..스킨스쿠버..이런 취미가 없다고한다.
기껏해야 여행..? 산책..?
맞는말이다.
나는 취미가 없는것도 하나의 스트레스였다.
사람을 사귀다보면 '취미가 뭐야' 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나는 취미가 없다.
하다못해 몇년전엔 이력서에서 취미/특기 를 쓰게 되어있었다.
취미를 만들기위해 오일파스텔도 사보고, 식물도 사보고, 이것저것 많이 시도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나는 배움이 빠른 편이다.
그래서 취미를 시작하면 일정 정도까지 금방 배우는데,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취미가 없는 사람이다보니 우리회사같은 조직이 잘 안맞을 수밖에.
회사 특성상, 회사 일은 '그냥 회사 일' 로만 하고
회사 밖에서 취미과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별로 회사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오래 다닌다.
그런데 나는 취미가 없는 사람이고, (취미를 개발하기도 힘든 타입)
회사안에서 어떤 배움이나 통찰을 하는것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다.
일하는게 = 즐겁다 = FUNNY 하다
라는 공식보다는
일하면서 배우는게 = 즐겁다 = 살아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회사를 다녀야 하는 사람인가보다.
일과 육아중 선택하라면 무조건 육아이다.
나는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너무 좋다.
일을 하다가도, 여차싶으면 (보육이슈 등이 생기면) 일은 그만둘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을 함으로써,
정확히 말하면 일을 통해 배우고, 지적인 자극을 느끼면서 즐거워하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