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 (5회기)

살아있다는 느낌을 찾기

by 김이나

상담이 중반에 이르렀다. (총 8회기 진행중)

상담에 가면서 든 생각은,

- 음 나는 이 상담이 끝나고도 문제를 해결하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까?

- 지금은 전문적인 조력을 받는다는 느낌에 든든하지만, 혹시 내가 일주일에 한번 한시간 수다만 떨고 오는거 아닐까?

- 내 마음속에 정답은 이미 정해놓고, 여기에 맞장구 쳐 줄 사람을 찾는건 아닐까?


상담 선생님께서는, 이 또한 상담을 받는 과정중에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자기 연민'을 아주 빠르게 탐색하여 찾은 케이스 이기 때문에

그 감정을 상담회기 동안, 그리고 상담이 끝나서도 꼭 기억하라고 하셨다.

나를 따뜻하게 보는 마음

나를 짠하게 보는 마음 ..



처음에 내가 우울증인지 의심하기 시작했을때,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혹시 내가 고위험군이라서 집안일도 아이도 다 내팽개치면 어쩌지..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 검사를 받았을때에도

상당한 수준의 우울이 나오자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나만 속으로 느꼈던.. 뭐랄까 비열한? 소름끼치는 감정인데

'우울증이 심하게 나와버려서, 이젠 어쩌지?' 라는 걱정보다 앞선 마음은

'아싸, 됐다! 이거 소견 받았으니 이거 근거로 나 발령내달라고 해야지' 였다.


어렵고 힘들고 어둡고 앞이보이지 않았던 회사생활(정확히 말하면 우리 팀 생활)에

탈출구가 되어줄 수 있는, 이를테면 하나의 무기를 가진 기분이었다.

이 기분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상담선생님께 말씀드리자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오죽했으면' 그런 감정이 먼저 튀어나오겠냐며 위로해주셨다.

하지만 그 감정에 대해서 비열해보인다든지, 내 스스로가 무섭다던지 등의 서브감정도 따라왔다면

나의 윤리기준이 높은건 아닌지 앞으로 또 탐색해 보자고 하셨다.


5회기의 상담을 진행하며

- 그동안 내가 회사에서 겪었던 어려운 감정들

- 이전 직장과 많이 다른 조직문화에서 오는 인지적 괴리감

- 힘들었던 에피소드

- 육아휴직에 들어와서도 무언가 성취하려고 하는 집착스러운 모습

- 그 성취를 통해 안전함을 획득하고자 하는 나의 모습

- 복직에 대한 두려움

이런것들은 나누었다.

그러면서 상담 선생님께서는

"이나씨는 그러면, 회사를 다니는 동안은 나랑 잘 안맞는다는 느낌을 넘어서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잃어가는 기분이었겠어요"

라고 말해주셨다.


정확했다.


왜이렇게 회사가 힘들지? 왜 나랑 안맞지? 또 이직을 해야하나?

남들은 다들 발령도 잘 나고 좋은 프로젝트 잘 만나는데 왜 나만 안풀리지?


정말 치열하게 원망했다.

원망과 증오가 뒤섞여있다가, 지금은 오히려 burn out 되어버렸다.

아- 모르겠다~~~~~ 알아서 되겠지

내가 뭐 평생 이거 하고 있을까~~~

.. 놓아버렸다 ..


일련의 에피소드와 감정기복을 겪으면서, 나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잃어가고 있었다.

사실 이 회사에 들어오게된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선배가 있었는데

오랜만에 그 선배를 만나면 항상 이런 말씀들을 했다.

- 수 해 전 내가 알던 너의 눈빛이 아니다

- 반짝임이 사라졌다

- 얼른 내가 알던 그 사람으로 돌아와라


살아있다는 느낌을 잃어갔고

결국 나의 정체성을 뿌리채 의심하기 시작했으며

내가 이상한건지 이 조직이 이상한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누구든 원망해야 이 마음이 풀릴것 같아 가리지 않고 원망했다.

그러다 미결의 숙제를 남긴채 육아휴직을 하게되었고

복직에 대한 두려움으로 늘 불안했다.

나의 존재와 가치에대한 인정이 아니라, 안전하게 있고 싶은 마음에 성취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내 맘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 성취때문에 나는 저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우울하고, 불안하고, 스트레스 수준이 높았다.

자연스럽게 남편과 불화가 생기고, 그러니 또 우울했다.


살아있다는 느낌, 다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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