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 (7회기)

잔잔하지만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by 김이나

상담이 2회기 남았다.

문득 이런것들이 궁금해졌다.

- 상담 초기에 설정했던 상담목표 (육아휴직동안 쉼을 허락하기, 쉬어도 불안해하지않기) 를 잘 달성하고 있는지,

- 상담이 끝나도 괜찮을지?

- 상담비가 싼 편이 아닌데.. 지금 나는 바우처로 받고 있긴 하지만, 나중에 비슷한 문제가 생길때 난 내돈을 들여서 상담을 받게될지..?


이런것들을 떠올렸을때,

만일 내가 복직을 한 다음에나 혹은 먼 미래에 지금의 육아휴직 기간을 떠올렸을때 어떻게 이 휴직기간을 정의할 수 있을지 여쭤보셨다.


나한테 떠오르는 단어는 '마지막 쉼' 이였다.

그 단어를 떠올렸을때의 느낌은 어떠냐고 물어보셨는데

- 흐릿하다

- 내 것이였지만 지금은 내것이 아닌

- 무언가 손에 잡히는것 같지만 그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가는 모래같은

이런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상담을 복기하며 이 글을 쓰다보니, '마지막 쉼' 이라고 내 휴직기간을 떠올렸을때 조금 슬픈 느낌도 난다.


상담을 받기 시작하면서, 의식적으로 놀고 먹고 쉬려고 많이 했다.

적극적인 생산성을 띄는 일은 피했다.

예를 들면 자격증따기와 같은..

그래서 그런지 지금 놀고있는 이 상황이 '현재' 로써는 너무 좋다.

일어나서 애들 챙기고, 등원시키고, 하루종일 둘째아이와 부대끼며 육아하고, 저녁에는 남편이 돌아오는 삶

가끔 책도 읽고 이유식도 만들고, 동네 아줌마들도 만나고 나름 소소하고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

하지만 과연 나는, 회사를 복지하는 시점이 되었을 때에도

'아~ 참 잘 놀았다' 라고 생각할지, 아니면

'아 그때 이런것들좀 (공부) 해놓을껄' 하며 후회할지 문득문득 떠오른다.

즐거운 현실세계에 살고 있지만, 갑자기 불안이 훅- 밀려온다

하지만 그 불안감은 의식적으로 밀어내면 밀어내지긴 한다.

나도 모르는새에 훅 다가오는게 문제지...


상담사 선생님은

- 지금의 일상이 너무 즐겁지만, 성취추구형이자 학습형 인간인 나에게는 꽤 소소하고 잔잔한것 같다

- 약간의 생산성을 띄는 일을 추가되면 균형이 잘 맞을 것 같다

라는 조언을 해주시며, 지금 상태에서 '자격증따기'와 같은 예전에 내가 추구하던 일을 떠올리면 어떠냐고 물어보셨다.

나의 대답은 NO. 단호했다.

예전같으면 불타올라서 했을텐데, 이제는 좀 ..뭐랄까.. 부담된다? 어렵다? 힘겹다.

그리고 남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타임라인이 주어진 공부는 별로 하고싶지가 않다.

남편은 늘 자격증, 시험, 개인공부를 평소에도 하는 사람인데

나까지 공부를 해버리면 갈등이 생긴다.

둘 다 빨리 육퇴하고 공부해야하기 때문에 서로 첫째아이 재우기를 미룬다. (첫째아이가 늦게자는편이고, 옆에서 재워줘야 잔다)

그리고 나는 낮에 공부를 하다보면 집안일이 한두개씩 밀리곤 하는데

그러면 퇴근 후 남편이 상당히 짜증을 냈다.

작년 연말, 내가 자격증 준비를 그만둔 이후로 우리 가정엔 평화가 찾아왔다.

나는 딱히 시간에 쫒기는 공부를 할 일이 없으니, 낮에 여유롭게 집안일들을 끝내놓고

저녁에도 내가 두 아이들 다 재우기도한다. 남편 공부하라고.

다시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게되면 또 불화가 생길까 겁난다.


그러면 나는 어떤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수준(level)의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 예전처럼 성과나 성취에 집착하지 않고

평범한 내 삶을 즐기면서 유지할 수 있을까?

를! 대화를 통해 찾아보았다.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인생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싶다' 는게 있는지 여쭤보셨다.

그 순간 저~깊숙이 있었던 내 인생의 방향성이 떠올랐다.


"생명을 살리는 삶을 살고싶은게 제 방향성입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나는 생명을 살리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살았다.

그게 꼭 의사가 되겠다! 어떤 직장/직업으로써 일을 하겠다!가 아니라

되게 모호하고 안개 같은데,, 내 삶을 통해서 생명을 살리는 삶을 실천하고싶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헌혈, 장기기증서약 이런것들에 적극 참여했고

ESG가 유행하기 훨씬 이전부터 (거의 2009년? 부터) 나는 빨대를 쓰지 않았다.

(오히려 애기 키우면서 빨대를 쓴다. 빨대...이렇게 편한거였다니!!!ㅎㅎ)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것 같지도 않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심리학을 복수전공하였는데

그때 공부했던것들, 내가 공부하는것들의 종착 (복지나 상담으로 누군가를 돕는것. 더 나은 삶으로 인도하는것. 즉, 생명을 살리는것) 으로 이런 방향성을 갖게된것 같다.


이런 대화를 하며 상담사 선생님께서는 내가 상담내용을 매주 복기하며 기록으로 남기는것에 집중하셨다.

내가 이걸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 비싼 돈 주고 하는 상담인데, 안까먹으려고

- 전국민마음투자사업 바우처 사업을 사람들이 많이 알고 이용했으면 해서

- 누군가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되길 바래서

- 모두들 어둠도 긴 터널같은 우울과 불안에서 잘 견디고 빨리 나오길 바래서


신기하게도, 아무도 안읽을것 같은 내 글을 누군가 읽고있고 좋아요도 눌러준다.

구독도 해준다... (감사합니다)

혹시 나처럼 마음이 힘든 사람일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내가 위로가 될까? 라는 생각에

매 회기를 거치며 점점 자세하게 상담내용을 기록하게 된다.


이렇게 글과 기록을 통해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주는것,

그 영향력을 통해 누군가를 돕고 싶은 것,

이러한 이타심이 결국 나에게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이기적인 행동일수도 있다.

(이기적인게 가장 이타적이라고도 하셨다. 이타적인게 이기적이라고 하셨나? ㅎㅎ)


그런데 간혹 이 글을 쓰면서, 나도 모르는 우월감과 수치심에 동시에 빠지곤 한다.

- 보통 사람들은 상담받는다고 하면 정신이 이상해서 받는줄 아는데 나는 아니야

- 나는 상담을 받기위해 내 스스로 틀을 깨어버린, 통찰력 있는 사람이야

- 나는 국가의 이런 제도도 잘 활용하고 있어

그렇다면 결국, 이런 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방식으로 (우쭐대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건 아닌지 하는 수치심도 동시에 든다.


그리고 나는 에너지가 큰 사람이라,

육퇴를 해도 에너지가 남는다..

남들은 육퇴하고 나면 방전되어서 야식시켜먹거나, 넉다운되거나, 릴스와 쇼츠만 본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육퇴하고나면..살짝 심심하다.

일단 아이들이 다 자니까 시끄러운 소리나는 집안일은 못하고,

결국 이렇게 혼자 사부작거리면서 글을 쓰는 것과 같은 활동을 찾는다.

주변에서 너는 참 대단하다, 애기 키우는것도 힘든데 뭘 그렇게 자꾸 하냐, 라고 말하면

'음 내가 애들을 대충키우나?' 하는 죄책감도 든다.

그런데 나는 일과중에 애들에게 정말 최선을 다하고있다. (더이상 뭘 더해 ㅠㅠ)

그리고 우리 부부의 육아관은 '부모의 삶 속에서 아이도 큰다' 이다.

아이를 최선을 다해 양육하지만, 아이'만'을 위한 스페셜한것을 매번 준비하지 않는다.

가끔 첫째아이가 '엄마 너무 심심해요' 라고 말하면

'달래야, 원래 인생은 심심한거야. 어떻게 매일매일 재미있어?' 라고 말한다.



어쨋든 종합해보면,

나는 지금 쉼을 허락하고 놀고있지만 문득 이 쉼을 나중에도 좋았던 순간들로 기억할지 불안하다.

그래서 약간의 생산성을 더하고싶은데

이 쉼을 방해하고싶지는 않다 (노는 맛을 알아버렸다)

대화를 통해 찾은건,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주는 일을 하는것.

지금처럼 브런치를 통해 내 상담기록을 남기고 누구가가 이것을 읽고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일을들을 통해 자에게 적당한 자극과 도파민을 주고 쉼도 병행할지 많이 생각하고 도전해봐야겠다.



여담인데, (기록용으로 쓰자면)

나는 그간의 상담동안 자기연민을 아주 빠르게 발견한 케이스라 (거의 2회기때 해버림...)

회기 진행이 아주 빨랐다고 하셨다.

그리고 자기억압도 별로 없는 편이라고 하셨다 (물론 상담때 모든걸 다 말하지 않았겠지만..)


그 뒤로는 빈의자기법(게슈탈트), 인지행동치료, 실존주의(의미부여)를 통해

삶에서 의미있던 사건들을 탐색하고 그것들이 어떤 의미로 귀결되는지를 탐색해왔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다음주는 마지막 회기이다.

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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