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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마음속에 떠오르는 바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바람 here & now 

여러분은 어떤 바람을 가지고 있으세요? 바람을 적는 공간이 있다면 무엇을 적으시겠어요?     


작년 초 학생자원 상담자 연수 과정에서 자신의 바람을 적고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적고 나누는 시간에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월세 나오는 임대 건물 가지기. 가족과 가족여행 가기. 건강하기. 자격증 취득하기. 가계 확장하기. 상담센터 운영하기. 전임 교수되기. 햇빛처럼 강렬하지 않은 달빛 같은 사람이고 싶다. 높고 푸른 하늘 같은 사람처럼 살고 싶다.’ 등 소박한 것부터 실제적인 것, 추상적인 것까지 다양한 답이 나왔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런 기록들을 보고 있으니 느낌이 참 다르더라고요. 시간의 흐름에서 오는 다름도 있겠지만 코로나 19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은 예전의 모습들이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올해 봄 초등학교 6학년 친구들과 학교에서 만나는 집단상담 시간은 한 달씩 미루어지다 결국 올해는 직접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경기도 교육청에서 있는 교사 교육도 계속적으로 보류 상태로 진행되다 지난달에 온라인으로 가지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모여 <포스트 코로나 아동. 청소년 스마트폰과의 의존 예방 및 바른 사용을 위한 전문가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강사님을 모시고 실시간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었습니다. 함께 대면해서 교육을 받고 학생들을 만나던 시간과 지금의 시간을 떠올려 보니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네요.   

 우연히 학생자원 상담자 선생님들과 기록하고 나눈 기록들을 보면서 지금 와서 바람들을 다시 나누면 바람의 방향성들이 조금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같은 바람들이 더 간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그때 바람을 쓰는데 뜻하지 않은 ‘길’이 떠올랐어요. 저는 되도록 주어진 질문에 대해서 그때 그때 떠오르는 답에 충실한 편이에요. 학생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한 프로그램으로 다른 친구들을 만나기 때문에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저도 응답자가 되어 함께 답을 쓰며 아이들과 대화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매번 답이 같지 않아요. 주어진 시간에 떠오르는 마음과 생각에 충실하다 보면 다른 답을 얻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럴 때 얻게 되는 유익이 있습니다. 바로 답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그 순간에 저를 만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진정한 here & now의 시간이 됩니다. 글을 쓰는 시간 또한 here & now가 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쓰면서 내 마음과 생각에 충실하다 보면 그 마음이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것 같아요.

 그때도 주어지는 생각에 충실하다 보니 생각지도 않은 ‘길’을 쓰게 되더라고요. 바람을 적으라니 저는 당연히 늘 노래를 부르는 ‘세계여행’을 적을 줄 알았어요. 코로나 전이었지만 바쁜 남편이라 일정을 빼 해외로 여행을 하는 것은 우리 가정에게는 큰 맘을 먹어야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늘 램프 속 ‘지니’가 나와 “주인님 소원을 말해보세요.”라고 하면 “넓은 세상과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요. 세계 곳곳을 데려가 주세요.”라고 대답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다른 바람이 있다면 마당 있는 집이라고 적을 줄 알았습니다. 어릴 때 넓은 마당 있는 집에서 자라며 큰 마당에서 사방치기, 비석 치기,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습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던 공간은 우리에게는 마치 놀이동산 같았습니다. 5~6월이 되면 빨간 장미 넝쿨이 담벼락을 가득 채워주었고 장미와 라일락 향기가 바람 따라 춤을 추었습니다. 방울방울 열린 방울토마토의 열매를 따먹었고 사루비아(샐비어) 꽁지의 꿀을 ‘쪽쪽’ 빨아먹었습니다. 붓꽃으로 귀걸이를 하며 놀았고 봉숭아 물을 들이고 다양한 꽃과 잎들을 빻아서 요리도 하며 놀았기에 저에게는 늘 마당 있는 집에 대한 향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두말 않고 ‘마당 있는 집’이라고 쓸 줄 알았지요. 만약 그 바람이 아니라면 아이들 방학에 세끼 밥 해주는 우렁각시라고 쓸 것 같았어요. 늘 저의 바람이었으니까요. 이제 보니 코로나 시기는 매일이 숙제가 있는 방학이네요. 우렁각시의 바람이 이루어지면 좋을 나날이지요.^^ 이렇게 평소 읊고 있던 바람들을 쓸 줄 알았어요. 그 마저도 아니라면 식상할 정도로 20여 년을 늘 마음에 품고 있는 ‘나무 그늘처럼 쉼을 주는 사람’이라는 바람을 적을 줄 알았지요. 그런데 ‘길’이었습니다.

 


계속 이 길을 걸어가는 것!-2019년 1월

그때 내 마음에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바람을 이야기하면서 저는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지금 걷는 이 길을 참 사랑하는구나. 소소하게 길을 걸으며 길의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하는 소소하고 복닥거리는 내 일상을 내가 참 사랑하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길을 계속 걷다 보면 그만큼 걸어갔기에 만나게 되는 또 다른 길들이 있다는 내 신념과 소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소망하고 바라보는 그 길이 참 한결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일상을 선택했습니다. 그것을 최우선에 놓고 나의 놓을 수 없는 소망의 길을 차선에 놓고 길을 걷고 있었지만 늘 비전과 소망에 대한 한결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앙드레 지드의 말처럼 언젠가는 그곳에 서 있겠지요. 바람을 적고 나눈 짧은 문장 안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저의 마음을 만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금 제 책상 앞에는 “이 자리가 그다음 자리로 나를 데려다줄 것이다”라는 말이 쓰여 있습니다. 내면의 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을 때 붓펜을 꺼내 적어 붙여 놓곤 하는데 그 날 이후 적어 놓은 글입니다.       


 

'저기까지가 목표지점이야.'라는 목표만 바라보며 걷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는 길의 걸음걸음을 느끼고 불어오는 고마운 바람과 주변의 풍경들을 마음껏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삶을 누리며 자신만의 걸음으로 그 길을 계속 걷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고 문도 열리겠지요. 계속 걷고 있기에 지금은 다 보이지 않지만 어느덧 걸어간 그 길에 끝에 서면 누구에게나 준비된 길이 보일 거예요. 그때 지금 모습처럼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또 그렇게 걸음걸음을 밟으며 그다음 길을 걸어가면 되겠어요.^^     


 오늘은 잠시 다이어리나 메모장을 열어 내 소망을 적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멈추어 서서 나의 바람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적어 본다면 그 시간이 잠시 나를 만나는 시간이 되어 줄 거예요. 


오늘의 저의 바람은 심히 혼자 있고 싶네요.ㅋㅋ 딸들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고파~~~.^^ 저리 흥겨운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오늘은 심히 소음공해입니다. 나도 우아하게 글을 쓰고파.ㅋㅋㅋ 

지금도 각자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시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모두 바람이 열매 맺는 하루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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