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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눈 앞에 자리가 비었다.

포기 하지 않은 채 계속 서 있었더니

"인생은 의자 뺏기 놀이올라간 게 만원 버스더라도 포기하지 않은 채 계속 서 있었더니

어느 순간 눈앞의 자리가 비었다

<인생을 걷는 법>-호빵맨 저자 야나세 다카시


짧은 글이 마음에 울림으로 다가오는 건 글 안에 담긴 저자의 스토리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명언을 남기신 분은 우리가 잘 아는 호빵맨의 저자입니다. 

대부분 호빵맨을 잘 알고 있는 것만큼, 호빵맨의 저자를 잘 알고 있지는 않을 거예요. 실은 저 또한 호빵맨의 내용조차도 잘 몰랐습니다. ‘오래된 일본 만화’라는 정도가 제가 알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거기다 조금 더 보태자면 볼 빵빵한 호빵맨을 중심으로 많은 캐릭터 친구들이 나온다는 것이 전부였지요. 아이들을 키웠음에도 집에 tv도 없고 영상을 보여주기를 즐겨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빵맨은 남의 나라 동글이 캐릭터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호빵맨에 담긴 내용과 저자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저자의 열혈팬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둥글둥글 호빵맨을 그리는 사람을 연상해 보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어떤 사람일 것 같으세요? 아이들이 좋아할 익살스러운 표정의 아저씨, 호빵맨처럼 정의와 사랑이 넘치는 예쁜 언니? (물론 호빵맨이 정의와 사랑이 넘친 다는 것도 전 이제야 알았습니다.) 호빵맨의 저자를 알고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저자의 이야기를 알고 나서 이지요. 호빵맨의 저자는 아흔을 넘은 할아버지세요. 할아버지는 아흔넷 나이에 조용히 숨을 거두기까지 '만화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자는 1919년 출생하셔서 2013년에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호빵맨은 정의를 위해 굶주린 사람들이 있는 곳에 날아가 얼굴을 먹인다. 

볼품없는 정의의 아군을 그리고 싶었다." 

-호빵맨의 저자 야나세 다카시-


저자의 작품은 1973년에 <호빵맨>이라는 그림책이 되었으나 사람들의 혹평이 심해 아무런 빛을 보지 못했다고 해요. 출판이 5년이 지나도 호빵맨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반응이 일어나고 찾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로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찾고, 밤마다 읽어달라고 조르고, 도서관에서도 늘 대여 중인 책이 되며 인기를 더해갔다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기가 있었던 책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해요. 결국 젊은 프로듀서의 끈질긴 설득 덕분에 호빵맨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게 되었고 그때가 일흔의 나이였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 그리기를 적어도 1년은 채워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많은 인기를 얻으며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지요.


 만화와 관련된 일 외에도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했던 까닭에 생활에는 어려움이 없었으나 작가를 대표할 대표작은 없었던 저자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한 번도 만화가로 살아갈 것을 단념하지 않았고 만화계에서 중간에 포기하는 일 없이 줄곧 서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저자는 한결 같이 그곳에 서 있었네요.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요. 저자가 ‘대표작을 만들고 싶다. 만화가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싶다.’는 오랜 바람이 이뤄지고 호빵맨이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이 일흔 줄에 들어서서 라고 합니다. 

 저자의 스토리가 있기에 아흔 할아버지가 전해 주는 "인생은 의자 뺏기 놀이! 올라간 게 만원 버스더라도 포기하지 않은 채 계속 서 있었더니, 어느 순간 눈앞의 자리가 비었다."는 말이 감동과 교훈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비록 내 자리가 없다 해도 자리가 날 때까지 그렇게 서계셨네요. 그 길에서 돌아서지 않고 끝까지 길이 될 때까지 걸어가셨네요.     

 지금 애착을 가지고 가고 있는 그 길에 안개가 자욱하더라도 길이 될 때까지 걸어가 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가는 길은 모두 다르고, 선택한 여행 경로도 다 다르겠지요? 이동 수단 또한 각자의 목적지와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하셨기에 다양할 것입니다. 모두 다 다른 모습이겠지만 우리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에겐 각자 걸어가고 싶은 길이 있고 살아가고 싶은 모습이 있다는 것입니다. 각자의 길을 계속 가다 보면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르겠지요. 


 오늘도 여러분의 걸음걸음을 응원합니다! 저도 의자의 자리가 빌 때까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계속 서있겠습니다. 저의 걷는 걸음걸음이 길이 될 때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함께 가는 길은 멀리 갈 수 있다고 하지요. 함께 서로의 길을 응원하며 걸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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