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무 아래서 쉬었다 가세요.^^
오랜만에 글의 시작이라 이렇게 인사드리고 싶었어요.^^
투고 이후 첫 글이라 소식을 먼저 전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2020년의 마지막 날 출판사 대표님을 만나 출간 계약서를 썼어요. 함께 마음으로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브런치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제게는 큰 힘이네요. 글 선생님들, 글 벗님들 감사합니다.
출판사 대표님은 동아일보 기자 생활을 하시다 40의 나이에 출판사 사업을 시작하셔서 4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오신 분이십니다. 외길 인생 출판사 대표님으로 살아오신 80세의 어른을 만나고 저는 정말 경이와 존경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나이만으로도 살아온 세월에 대한 존경심이 드는데, 나이를 믿을 수 없는 패기와 젊음이 느껴져 더 존경스러웠습니다.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만나는 것 같습니다. 짤막짤막하게 전해주시는 세월의 이야기들과 그분의 모습 속에서 긴 여운을 담고 오는 만남이었습니다. 삶의 곳곳에 스승을 두시고 만나게 하시는 만남에 감사합니다.
책 계약 기쁜 소식과 함께 마음을 쓸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잠시 마음이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늘 나의 쉼이 되시는 그분의 그늘 아래서 쉬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쉼을 주는 나무 그늘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쉼을 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아주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마음이 담긴 닉네임이 바로 ‘나무 아래서’이지요.
‘나무’라는 닉네임은 아주 오랜 세월 저와 함께 네요. 저의 오래된 노트에는 모두 이름 대신 나무라는 네임이 적혀있어요. 저희 신혼집에 친구들이 만들어 준 <큰 빨강 나무>라는 팻말이 문패처럼 붙어 있기도 했었지요. 저는 나무가 참 좋습니다. 나무가 롤 모델이 되어주기도 하고요.
'러블리 똥그리' 박월선 작가님 작품
제게 잠시 나무 아래 쉬었다 가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혼자 많이 생각하고 나와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했어요. 그러는 가운데 포근하고 따뜻한 똥그리를 만나게 되었어요. 말을 걸어오는 똥그리가 사랑스럽고 예뻐 한참 똥그리 홀릭 중이었습니다. 따뜻함과 사랑을 가득 담은 똥그리를 보며 ‘무얼 먹고 무슨 생각을 하면 이런 작품을 그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똥그리가 전해주는 포근함 속에서 ‘러블리 똥그리’를 그리시는 박월선 작가님처럼 이렇게 쉼이 되고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똥그리를 만나면 만날수록 작가님은 참 따뜻하고 위트 있고 삶의 혜안까지 담고 있는 분이시구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며칠 전 일본 작가의 소설을 읽게 되었어요. 제겐 조금은 낯선 장르였습니다. 소설을 많이 안 읽는 편이거든요. 수수한 이웃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은 책 표지와 누군가의 엄마이자 나에게도 엄마의 엄마가 있었기에 왠지 세 여자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느껴 책을 만나봅니다.
그런데 책을 시작하기도 전에 작가 소개에서부터 저는 깜짝 놀랐어요.
이 소설의 지은이 스즈키 루리카를 알고 계시나요? 저도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스즈키 루리카는 문학상의 상금을 모아 좋아하는 잡지를 사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해요. 타고난 재능으로 4,5, 6학년에 걸쳐 쇼사쿠칸에서 주최하는 ‘12세 문학상’ 대상을 3년 연속 수상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반나절 만에 쓴 열한 장의 자필 원고로부터 시작된 작품이자 첫 소설집인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이 출간 직후 1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14살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해요. 현재는 고등학교 재학 중이며 매년 생일에 맞추어 소설집을 출간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2019년에 출간된 세 번째 소설 <엄마의 엄마>는 첫 책의 이어서 다나카 모녀의 이야기와 사랑스러운 주변 인물들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을 펴자마자 작가의 소개를 읽는데 너무 신선했어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소설을 쓴다는 것, 그 일을 루틴을 가지고 매해 생일날 소설집을 출간한다는 것, 그 몸짓이 숭고하게 까지 느껴졌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때로는 고독하고 자기와의 싸움이 되기도 하고 인고의 시간이 되잖아요. 마지막 작가의 인사 글에도 그 내용을 마음으로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잘 움직여주느냐에 모든 것이 달렸는데, 이번에도 다들 자기들 삶을 생생하게 살아주었다고요. 그리고 제 가슴 깊이 박히는 말을 해요.
“소설을 쓰는 일을 흔히 <은혜 갚은 학> 속의 학에 비유하곤 하는데, 저도 글을 쓸 때는 마치 학이 된 심정으로 원고와 마주합니다. 그러다 보니 작품 하나를 쓸 때마다 만신창이가 되고, 단행본 한 권을 마무리했을 때는 깃털이란 깃털은 다 뽑혀서 알몸이 되어버린답니다. 학이 아니라 크리스마스 칠면조처럼요. 그로부터 일 년에 걸쳐 간신히 깃털이 자라면 또 뽑아서 이야기를 짜내죠.”
책으로 나올 수 있을지, 누가 읽어 줄지 알지 못하는 원고를 쓰고 탈고를 하고 출판 계약을 하기까지의 시간들이 벌써 과거가 되었다고 아득하게만 느껴져요. 그런데 정말 스즈키 루리카의 말이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저도 다시 무언가를 쓰려고 하니 처음 책 쓰기를 하기 위해 글을 쓰자고 맘먹었을 때처럼 또다시 두렵고 생각이 많아져요. 그래서 14살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매해 학의 깃털을 뽑아 옷을 만드는 학의 비유를 하는 작가의 모습이 경이롭고 숭고하게 까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많은 글을 쓰시는 분들의 마음이실 것 같아요.
이 부분을 읽으시고 김미희 동화작가님이 “동화 탈고하고 나면 한의원 3일 이상을 가는데..... 천재는 다를 줄 알았더니.”라는 글을 남기셨어요. 그리고 많은 동화작품을 쓰신 모습에 경이로움을 표하자 제 마음의 울림이 되는 말씀을 해주시네요. “아직 내게는 써야 할 글이 남아있을 거란 믿음으로 날마다 쓰려 노력한답니다.”
그렇네요. 쓸 것이 있다는 것은 감사한 것입니다. 날마다 쓰려고 하는 것이 위대한 것이고요.
요즘 세 딸과의 시간 살림 모드의 주부, 밥을 먹고 돌아서면 간식을 찾는 딸들을 돌아보며 “그만”을 외칩니다.ㅋ 자꾸 설거지를 하며 음식을 만들며 손은 바쁜데 마음속으로는 계속 글을 써요. 그런데 또 종종종 다른 일들을 하다 보면 어느새 글감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려요. 생각해 보니 그때도 그랬네요. 그런 가운데 글을 썼었네요. 그때랑 달라진 건 떠오르는 글감을 잡으려고 자다가 일어나 어둠 속에서 메모하던 모습, 그리고 되든 안 되든 시간을 갈아 넣던 모습이 달라졌네요. 다시 시간을 쏟아 넣어 자판을 두드리겠습니다.
'러블리 똥그리' 박월선 작가님 작품글을 쓴다는 건 마음의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또 글을 쓰면 마음의 힘이 생깁니다.
무엇을 쓸 줄 몰라 막연한 글의 시작을 열면 글은 길이 되어 가고 있어요. 그 아름다운 여행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그 막연한 길을 글이라는 도구로 계속 걷다 보면 글길에는 처음 본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고요. 예전에 만난 것 같은 나를 닮은 수수한 꽃들도 손을 흔듭니다. 그리고 생각지 못했던 하늘 바람이 추억을 실어와 과거와 나를 만나게 해 주네요. 이 글길 여행을 계속 걷겠습니다.
모스 스즈키 루리카는 지금도 여전히 만신창이가 된 몸에 깃털이 자라길 바라며 글감을 모으고 글을 쓰고 있겠지요. 그 아름다운 몸짓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치며 글이 나오기에 그 겸허한 길에 발을 딛으려고 합니다. 쫄보 마음을 내려놓고 잘 쓰려는 마음도 내려놓고 도닥도닥 다독여 놓은 마음을 펴고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저는 참 아날로그인 사람입니다. 그래서 sns세상이, 할 줄 모르는 마게팅이 왜 이리 산너머 산으로 다가올까요? 글만 쓰면 되는 게 아니라 합니다. 마게팅도 알아야 하고 알아야 할 것들도 많은데 참 부족한 사람입니다. 여전히 저는 고요한 곳에서 얼굴 없는, 이름 없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그러다 나는 작가의 길을 가야 하지 하며 다시 이름을 꺼내고 얼굴을 들이밉니다. 그러면서 그 안에서 시소 타기 하는 사람처럼 왔다 갔다 하곤 해요.ㅋ
제 글이 그다음 길을 만들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 제가 서 있고 걸을 수 있는 자리에 곧고 아름답게 서서 걸어가는 사람이 돼보자며, 쫄보 마음에 다림질을 합니다. 할 수 있는 것을 바라보고, 해야 하는 것들은 하면 된다고 마음에게 하이파이브를 내밉니다.
이 곳의 글 벗들이 참 위대해 보입니다. 아름다운 루틴으로 걸어가시는 그 걸음들이 아름답습니다. 예전보다 더 글을 쓰시는 분들을 존경하게 되었고 어떤 글이든 다 귀한 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오늘도 글을 벗 삼아 걷고 계시는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안부를 나눠봅니다.
'러블리 똥그리' 박월선 작가님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