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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고 싶은 당신에게.

나를 정면으로 만날 마음의 준비되셨나요?

 

 책을 쓸 때 머릿속에 있는 것을 지면으로 옮기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머릿속에 다 있으니 책 한 권을 채우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생각이 종이로 이사와 글이 되기 위해선 외로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비로소 쓰는 사람이 돼서야 알게 되었다.


 읽는 사람의 자리에 있을 때는 책 한 권을 읽으며 쉬이 평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자리를 옮겨 쓰는 사람이 되고자 했을 때는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낸 사람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책의 내용에 대해 논하기 전에 책 앞에 적힌 이름 석자에 먼저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나를 담은 진실한 글이 되기 위해선 글이 나를 통과하여 나와야 한다는 것을 내 이름 석자가 담긴 책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남을 흉내 내는 글이 아닌 진실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을 알몸으로 만나게 된다. 그 어떤 것도 숨겨 놓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글이 내 몸을 통과하여 나오기 때문에 온 몸을 관통하느라 마음 가장 깊은 곳까지 들쑤셔 놓는다. 그렇게 온몸을 휘젓고 지나가면 수면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감정들이 정체를 드러낸다. 깊이 숨겨 놓아서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둥둥 떠다니면 당혹스러움은 때론 감당할 수치를 넘곤 한다. 그러나 감당해야 한다. 정면으로 만나야 한다. 그리고 지나가야 한다. 그래야 그다음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 이런 두려움들이 있었나? 자기를 참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열등감이 숨어 있었나?'


 수많은 의구심이 올라와 인정하는데 마음에 시간을 주어야 한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쓰려고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을 만나게 되는 시간이다. 당황스러운 마음이 손에 담겨 그것들을 두 손으로 확 덮어버리면 좋으련만, 모른 척 피해 가면 좋으련만 그럴 수가 없다. 난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으니까, 내 이름을 담은 책을 내고 싶으니까.





 돌아가는 방법도 없고, 피해 가는 길도 없는 처절한 정면승부의 길목에 맞닥뜨려 졌을 때 이것을 통과해야 나를 관통한 나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롯이 대면했다. 그것들을 정면으로 만나 한판 승부를 치르느라 몸살을 앓았다. 신기하게도 그 시간을 지나가니 다음 길이 열렸다. 글이 내게 길을 내어 주었다. 나의 발목을 잡는 것들이 두 손을 들고 항복하였기에 가능한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것들은 패잔병이 아닌 또 하나의 든든한 군사로 세워졌다. 글이 지나는 길에 진솔함이라는 훈장을 달아 주는 역할을 도맡아 하였다.   


 자기가 아닌 글은 쓸 수 없다. 흉내 내는 글은 생명이 없기 때문이다. 서툰 듯, 투박한 듯하여도 자신의 속에서부터 나온 글이어야 스스로 생명을 지니고 일할 수 있다. 작가가 그곳에 생명을 넣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영혼을 담아 놓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써 놓은 글이 일을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만지고 위로한다. 물음표들에 답을 건네준다. 내가 자는 동안에도 잠을 아끼며 써 놓은 글들이 일을 한다. 따각따각 타이핑을 하며 글을 통하여 생명이 흘러가기를, 일을 하기를 바라는 나의 바람을 가득 담고 글이 춤추듯 일하고 있다. 자신의 길을 맘껏 날아가고 있다. 내가 직접 갈 수 없는 곳까지 흘러가 축제를 벌인다.


나는 그래서 글을 쓰고 싶다. 더 깊이 내려가 나를 온통 훑고 나온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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