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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주는 삶의 선물

때로는 머릿속에 있는 것을 그대로 읊으면 어딘가에서 속기사가 나타나 타이핑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구둣방 할아버지가 자는 동안 할아버지가 재단해 놓은 재단 지를 꺼내 바느질을 하고 못을 '뚝뚝'박으며 노래를 하는 요정들처럼 내 글 세상에도 꼬마 요정이 찾아와 주면 좋겠다. 내 머릿속으로 읊는 글을 속기사가 되어 지면으로 배달해주는 요정들 말이다.


내가 걷는 길마다 화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때 안 가리고 찾아오는 글타래가 풀어지는 시간, 술술술 풀어지는 글 실타래에 바로 먹물을 칠해 내 앞에 펼쳐진 화지에 펼쳐 놓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딸그락딸그락' 설거지를 하며 A4 반페이지 만한 글을 쓴다. 또 어떤 때는 오랜만에 고이 간직하고 싶은 문장을 만난다. 그런데 설거지를 끝내고 손을 씻을 때쯤 다른 일들이 나를 부른다.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글로 찾아가면 실타래는 또르르 말려있다. 야속하게 멍하니 글 뭉치를 바라본다. 그래서 한참 글을 쓸 땐 불을 다 끈 어둠 속에서도 머리맡에 둔 종이를 더듬어 썼다. 술술 풀린 글타래가 한 땀 한 땀 윤곽을 드러낸 수공예품이 되어 손때 뭍은 작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날 일어나 '삐뚤빼뚤' 글씨에 웃음이 나지만 참 잘한 일이라 생각하며 내 맘에 쏙 드는 문장에 아침인사를 건넨다. 한 문장이 하나의 글로 채워지는 마법을 알기에 요술봉 하나 모으듯 별 하나 달아 모아둔다.


내가 글과 눈 맞춤할 수 있을 시간이 준비될 때 고맙다 인사하며 이 만들어 가는 길을 따라가려 한다. 고단하기도 하고 때론 외로운 시간이지만 내 소소한 행복에 글이 있기에 내 글 사랑은 계속되려 한다. 느리지만 그래도 걷는 사람, 욕심 보따리 많지만 내게 너무 큰 짐인걸 알기에 짊어질 수 있는 봇짐만 챙겨려고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사람.


글은 주인을 담나 보다. 고맙게도 기다려 준다. 느린 걸음 발 맞추며 같이 쉬었다 간다. 내려놓고 내려놓았을 때 용기라는 선물을 들고 찾아와 씩씩하게 걷자고 하는 글은 내게 행복을 주는 친구이다. 내 삶이 소중하다 말해주는 글은 참 따뜻한 친구이다. 또한 내게 소박한 행복을 주는 나의 벗이다. 난 글벗이 참 좋다. 글과 함께 하는 소소한 행복이 나의 삶에 소중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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