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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마중글 준비해 글마중 나간다.

어릴 때부터 '마중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펌프를 사용하는 시절을 살지 않아 한 바가지의 물을 부어 길어 올린 샘물의 감격을 다 알지 못하지만 마중물에 담긴 '마중'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아 '마중물'이라는 단어 또한 좋아하는 단어가 되었다.   


골목 언저리까지 나와 딸을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 무거운 짐을 들고 가다 "짐이 너무 많아. 버스 정류장까지 마중 나와줘."라고 말할 수 있는 기댈 곳이 있는 마음. 깜짝 놀라고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몰래 마중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 마중이라는 단어에는 따뜻함과 설렘이 담겨있다.


한 바가지의 물이 "안녕" 하고 인사하며 마중 나가면 반갑다고 달려와 주는 물줄기들. 펑펑 쏟아져 나와 해갈을 주는 물줄기는 마중물이 있음에 가능한 일이다.

가끔씩 놓치고 싶지 않은 문장이 떠오를 때가 있다.  불현듯 마음에 찾아와 쉬 떠날 줄 모르며 내 마음을 쏙 가져가는, 내 마음에 꽉 차는 한 문장이 있다. 소중한 문장이 찾아오면 어떻게든 그냥 보낼 수가 없어 귀하게 간직하고 꺼낼 때를 기다린다. 마치 마르고 없어지면 안 되는 마중물처럼 달아 날새라 고이 품는다. 그러다 내게 글 줄기가 필요할 때 한 문장의 글을 한 바가지 안에 담는다. 마중물이 깊은 샘물의 물줄기를 끌어올리듯 글샘들을 터져 나오게 마음속 문장을 떠나보낸다.



마중물을 부었다고 거저 얻을 수 없는 심연의 물줄기와 같이 한 문장으론 완성될 수 없는 한 편의 글을 기대하며 열심히 펌프질을 한다.


 단 하나 진리를 믿는 마음으로 말이다. 땀 송글 맺히며 단순 반복하는 그 무식하고 순박한 행위 뒤에는 물줄기의 해갈이 기다린다는 것이다. 한 바가지의 물이 길어 올린 놀라운 마법이 글세상에도 찾아온다. 그래서 쉬이 여길 수 없는 것이 귀한 마중글이다.  


사람을 나가서 맞이하는 '마중'처럼 오늘도 한 편의 글을 맞이 할 글 마중을 나간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마중 나온 마중글에 반가워 껑충 뛰며 좋아할 글줄기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글줄기들을 만날 설렘을 안고 글마중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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