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나중에 책 쓰면 오늘 이야기 꼭 쓸 거야. 오늘의 일이 나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학교를 다녀온 중1 딸아이의 말이다. 아침에 엄마에게 혼이 나고 학교를 간 아이다. 너무 많이 혼을 내서 보내고 난 후 하루 종일 맘이 편치 않았던 날이다.
그날 아침 딸아이가 매일매일 루틴 있게 하고 있는 일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을 하게 되었다. 잘해나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무심히 확인을 하게 되었는데 너무 많이 밀려 있었다. 루틴 있게 잘해나가고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뜻밖이었다. 물을 때마다 했다고 말했기 때문에 더 놀라고 화가 난 상황이었다. 학교를 가려고 준비하는 아이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가방을 내려놓게 하고 자리를 잡고 앉아 혼을 내었다. 학교 등교보다 중요한 것은 정직함과 책임감이라고 가르치고자 마음을 먹고 자리를 잡았다. 했다고 하고 하지 않은 점에 대해 엄하게 혼을 내야 한다 생각했다. 학교 등교도 다 뒤로 하고 앉으라고 얘기하고 꾸중을 하면서도 학교가 늦지 않을 시간인지 살펴보며 아이가 눈물이 쏙 빠지도록 꾸중을 하고 보냈다.
아침 등굣길 눈이 퉁퉁 부어서, 그것도 늦을까 봐 쫓겨서 급히 나가는 딸을 보내 놓고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냥 학교를 보내고 다녀와 차분히 얘기했으면 좋았을걸, 훈육이라 이름하고 대노를 쏟았다 싶어 후회가 밀려왔다. 무엇보다 부은 눈으로 등교를 한 딸 그것도 늦지 않으려고 발을 동동했을 딸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물론 딸에게는 이건 중요하기 때문에 이 시간 이렇게 혼낸다고 말하고 가르쳤지만 엄마의 부족이고 잘못이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 나는 스스로 내가 한 행동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가 왔다. 아침에 등교를 잘했는지부터 물었다. 빠듯한 시간이라 늦지 않기를 바랐는데 조금 늦었다고 했다. 미안함에 아이와 눈을 마주쳐 지질 않았다. 그래도 아이를 바라보며 아침에 엄마에게 많이 혼나 속상했지?라고 말했다. 그때 아이가 한 말이다.
"엄마, 나 나중에 책 쓰면 오늘 이야기 꼭 쓸 거야. 오늘의 일이 나를 변화시켰다고."
아이가 해맑게 전해온 말의 의미는 자기가 잘못했는데 엄마의 따끔한 훈계가 자신을 깨닫게 했고 변화시켰다는 내용이었다.
"그래? 그랬구나. 엄마는 우리 딸 울고 가 마음이 안 좋았는데."라고 말을 건넸다.
무엇보다 '그래도 학교는 늦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학교까지 늦었다는 말에 미안함과 나 스스로 반성의 마음이 밀려왔다. 다음엔 하교 후 차분히 대화해야지.'라는 생각에 고개를 숙인다.
그런데 딸아이는 큰 깨달음에 시간이었다며 자신의 책에 한 부분으로 담아야 한다니~.
딸아이와 대화를 마치고 '우리는 누구나 그 누군가의 스토리에 한 부분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많은 이야기들 중에 한 부분으로 출연할 우리들, 누군가는 행인 1이 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주인공의 삶의 획을 긋는 한 사람으로 글을 장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내 삶을 변화시킨 소중한 한 사람으로.
오늘의 나처럼 예상도 못할 부분에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무척 맘 아프고 미안하고 부끄러운데 그녀는 날 고마움의 대상으로 한 편의 글을 채워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는 누군가의 책 속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나 따뜻한 미소를 전해준 아주머니로 등장할 수도 있고 전철에 자리를 차지하려고 엉덩이를 들이민 아줌마로 등장할 수도 있다.
오늘도 하루를 살아가고 많은 사람들은 스쳐 지나간다. 유의미한 만남도 있고 무의미하게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만남에 하나 일 수도 있다. 그 모든 삶의 자리에서 어느 부분의 내가 누군가의 글에 한 부분으로 채워질지는 모를 일이겠다.
딸아이의 말, 엄마에게 긍정의 의미를 가득 담아 건넨 "나중에 책 쓰면 오늘 이야기 꼭 쓸 거야."라는 말이 귓가를 맴돈다. 그리고 누군가의 책 속 페이지에 부끄러운 모습이 아닌 아름다운 모습으로 쓰일 수 있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쓰일 나의 모습이 아름답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