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말: 가스라이팅
한동안 매주 금요일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드라마를 1화씩 살펴볼 예정입니다. '정신 질환'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나 실상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모두 환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1:1 코칭에 나서보면 정신 질환이 염려되는 리더분을 가끔씩 보게 됩니다.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드라마였고, 위로와 반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꼭 보셨으면 합니다. (강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2화는 직장 상사(부장)로부터 가스라이팅 당해 입원한 김성식 환자(팀장, 불안 장애 환자)의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가스라이팅은 단순히 괴롭히고 학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의 자아를 무너지게 합니다. 문제의 원인이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모두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강박을 갖게 됩니다. 심지어 자살까지 생각하게 하는데요.
이런 환자를 궁훌하게 여긴 주인공 정다은 간호사는 그의 부탁을 들어주다 병원 간 이송 작업을 망치게 됩니다. 간호부 사람들 모두 정 간호사를 비난하게 됩니다. 이런 반응에 수 간호사가 말합니다.
"너 김성식 님 애완 고양이 이름 알아? 아마도 간호부에서 이름 아는 사람은 정다은 간호사 하나뿐일걸? 병원 절차나 규율보다 환자부터 생각했던 그때, 우리가 바쁘게 산다고 그걸 잊고 살았네."
다행히 타병원 이송 병상이 잡히고 미안해하는 김성식 환자에게 정다은 간호사가 말합니다.
"다른 사람 잘못까지 다 떠안지 마세요.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해 주세요."
'가스라이팅'은 단순 괴롭힘과는 구별돼야 합니다. 사실 분별 없이 쓰이는 경향이 있어서요. 그러면 감정이 필요 이상 격해지고, 이슈가 왜곡됩니다. 아울러 시스템이 감당할 역할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폭언과 욕설을 남발하는 상사를 회사는 왜 내버려뒀을까요?
아파하는 개인을 두고 시스템(회사)은 무얼 하고 있었을까요? 김성식 환자의 치료가 끝나면 회사에 복귀해도 그는 괜찮을까요?
1화에서 나왔던 정다은 간호사의 전과 이유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일이 많은 것은 기본적으로 간호사 수가 적어서겠죠. 특정 간호사가 게으르거나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해서만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OECD 주요 27개국의 인구 1천 명당 간호사 수(2020년 기준)입니다. 우리나라는 한참 아래 있네요. ㅜㅜ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을 얘기하는 이는 매우 적고,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이가 대부분이죠. 그러니 모든 문제는 개인이 감당해야 할 것 같고, 해결이 되지 않으면 개인이 잘못한 문제 같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사회적 가스라이팅'이 아닐까요? 최근 3년간 서울에서 개원한 병원 중 가장 많은 진료과목이 '정신과'인 것은 이를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사실 조직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입니다. '어차피 개선 안 될 거, 뭐 하러 분란을 만드나.'하는 생각이 팽배합니다.. 그래서 한 쪽 눈은 감고, 한 쪽 눈만으로 보게 됩니다. 그렇게 '저성과자', '낙오자', '패배자'로 낙인찍히고 조직에서 퇴출됩니다. 조직의 일원이 됐다는 것은 책임의 절반은 오롯이 조직에 있습니다. 근로계약의 쌍방은 조직과 개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