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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Emilio Feb 25. 2021

퇴고본을 넘겼습니다

<팀장으로 산다는 건> 출간

어젯밤 드디어 퇴고본을 송고했습니다. 기존에 써둔 초고본에 토막글 스물여덟 개를 더했지요. 제 아이디어였습니다. 


괜한 욕심을 부렸나 싶기도 했습니다. 쓰면서 ‘왜 그랬을까?’ 스물여덟 번은 후회했습니다. 글쓰기는 역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밋밋하게 보내고 싶진 않았습니다. 내 새끼 같은 책이지 않는가 싶었거든요. 오랫만에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회사 일에선 그런 느낌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첫 직장은 음향기기 제조회사였습니다. 해외 영업팀에 있었고, 신입인 저는 매출이 제일 적던 북중미를 맡았지요. 대부분의 물량은 계열사 해외 공장향이었고, 나머지 바이어도 거래한 지 10년은 넘은 고정거래처였습니다. 금세 재미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바이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쯤 됐을까. 콜롬비아 바이어를 찾았습니다. 근데 우리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는 소구경 스피커 유닛이 필요했습니다. 인근에서 소싱할 데를 수배했습니다.


제품이 창고로 입고되고 유닛 후면에 우리 로고와 제품 번호를 스탬프로 찍었습니다. 생산라인을 잠시 타고 나온 제품을 보러 갔지요. 그런데 맨 나중 번호 ‘6’이 ‘8’로 찍혀 있었습니다. 생산과장에게 말하고 확인해보니 스탬프를 잘못 제작한 것이었습니다. 과장은 바쁘다며 그냥 넘어가자고 했어요. 보수적인 공장 분위기를 신입이 이겨낼 수는 없었습니다.


스탬프를 새로 만들어서 내가 찍을까도 했지만 당장 내일 포워더 차량이 들어오는데 시간이 없었습니다.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내가 칼로 살짝 잉크를 걷어내서 ‘8’을 ‘6’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천 개를 수정했습니다. 그 여름날 창고 온도는 38도까지 올라갔습니다. 


내 새끼 같아서 그랬습니다. 내 일부를 보내는 것 같아 그랬습니다. 


만 스물다섯 때 일입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때 기분을 다시 느끼게 해준 책 쓰기는 고되지만 분명 매력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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