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직원의 업무수행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관리자가 적지 않다. 몇 번을 가르쳐줬는데도 가져오는 결과는 신통치 않단다. 반면에 직원들은 관리자의 지시를 도통 이해 못 하겠다고 아우성친다. 그 일을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단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관리자가 업무와 관련해 직원들과 소통할 때, 지시 내용을 크게 Why(이유), What(주제), How(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Why는 업무의 당위성, What은 업무의 주요 내용, How는 업무 수행 방법이다. 관리자가 어떤 부분을 강조하는지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우선, Why를 강조하는 관리자는 괜찮은 사람처럼 보인다. 실제로 '왜 이 일을 해야 할까?' 단계에서 막혀있는 경우가 흔하다. 마치 버퍼링에 걸린 앱처럼 말이다. 그런 상태라면 일이 잘될 가능성은 작을 것이다. 그렇기에 Why는 업무에 빠져들 분위기 조성에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것만 늘어놓는 것은 곧이어 허무감을 불러온다. '그래,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그 다음은 뭔 데?'라는 반응이 뒤따르기에 십상이다. 집은 당위성만 가지고 지을 순 없다. 이런 관리자는 실무에는 약하고 마음씨만 좋은 '이상가, 몽상가' 타입이다.
What을 강조하는 관리자는 업무 추진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일을 분류해서 주요 포인트를 짚어낸다. 집을 받칠 주춧돌과 기둥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Why가 없기에 직원들은 '왜?'라며 갸우뚱한 상태다. 또한 다음 단계의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실무자는 이유와 방도를 몰라 우왕좌왕하게 된다. 이런 관리자는 지시만 하고, 결과를 가져오라 독촉하는 '권위주의자' 타입이다.
How를 강조하는 관리자는 디테일에 강한 실무형이다. 집을 짓는 순서와 재료에 민감하다.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지시하고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자신은 장기판을 마련하고, 직원들은 그 위에서 말처럼 움직여주길 바란다. 이러다 보니 실무자들의 두뇌 활동은 어느 순간 멈추게 된다. 일의 결과는 관리자의 수준에 딱 맞게 나오게 된다. 이런 관리자는 '마이크로 매니저' 타입이다.
물론 이 같은 세 가지 타입은 편의상 구분한 것이며, 한쪽으로 100% 쏠려 있는 관리자는 거의 없다. 다만, 위에서 시켜서, 바쁘다는 핑계로, 관리자의 성향에 따라 한 방향으로 편향은 발생하기 쉽다. 이는 지시를 받는 실무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들의 능력을 0%에서 100% 혹은 150%까지 활용하는 가는 관리자의 지시 방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대로 업무를 시키기 위해서는 '이상', '권위', '디테일' 모두 필요하다. 지금은 산업화 시대처럼 '까라면 까던' 상명하복 시대가 아니다. 조직 내 신진 세력인 MZ세대는 자기 확신이 없으면 진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Why에서 시작하도록 한다. 우리 회사의 비전과 가치, 연간 목표, 현재 상황과의 연결된 맥락에 관해 설명한다. 만일 Why가 설명되지 않은 일이라면 상사와 다시 협의해야 한다.
다음은 What을 풀어 본다. 이는 전략적 사항을 설명하는 것이다. 단계 정의, 핵심 목표, 주요 마일스톤과 이벤트 등이다. 이는 결과로 나가기 위한 청사진 같다고 할 수 있다. 업무분장과 그에 따른 책임도 설정되는 단계다. 이는 관리자의 권위가 긍정적으로 작용해야 설득력이 있다. 특히 중간관리자라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How에 대해 논의한다. 관리자라면 모든 실무 분야에 능통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실무진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의견 수렴뿐만 아니라 일부 사항은 과감하게 위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MZ세대는 일하는 목적과 함께 본인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을 중시한다.
이렇듯 업무를 지시하는 순서를 'Why(이유) -> What(주제) -> How(방법)'로 진행하면 지시자와 수행자 간의 상호 공감을 기반으로 실행을 강화하고 결과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진행하면서 앞 단계로 돌아가서 다시 검토하는 것은 관리자의 중요한 과업이기도 하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제대로 해보면 좋지 않을까? 귀찮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엔 좋은 과정이 좋은 결과로 이끄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