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난

무해한 나의 일기

by just E

'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치 않는 다이아몬드 같은 마음이다.

이것만이 이어지는 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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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일주일에 한 번 자발적 외출을 감행하신다.

거리에 따른 시간을 굳이 따져보자면 20~30분이면 족한지라 외출복으로 갈아입지 않았다면 집안 식구 그 누구도 아빠가 외출을 하셨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외출 후 집으로 돌아오신 손에는 어김없이 손바닥 크기의 종이에 숫자가 적혀있었다. 다른 점이라고는 어느 날은 그 숫자가 5행이었다가 또 다른 어느 날은 3행이었다가였을 뿐이다.


또 다른 어느 날의 3행은 "에이, 해도 안되는 거..."의 3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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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로또 일등 당첨 약속은 수시로 변했다.

어느 날은 "일등 되면 저스트 E 서울에 집 한 채 사주고...."였다가 또 다른 어느 날은 "일등 되면 너네들 똑같이 나눠 줄 거야..."라고 하셨다.


하지만 엄마는 지금까지 엄마 돈으로 로또를 사신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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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잔돈이 필요할 때 로또를 하곤 했다.

보통 이삼천 원을 했고 가끔 오천 원을 하기도 했다.

오천 원짜리 로또를 할 때는 정말 간절히 일등이 되고 싶은 날들이 (대부분 이) 었다.

그렇지만 그 흔한 5등도 당첨된 적이 별로 없어 일등한테 몰빵 해주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을 자초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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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집 근처에는 빨간 간판에 폰트 600(정도)의 고딕체인지 명조체인지는 구분이 되지 않는 복권판매점에는 '명당'이라는 하얀 글자가 쓰여있다.

그날도 어김없이 잔돈이 필요했고, 집 근처에 있는 복권판매점으로 갔다.

전날 꿈 때문에 기분이 좋았는지 그날 날씨 때문에 기분이 좋았는지 명확하진 않지만 기분 좋은 주말이었다.

여섯 개의 숫자를 고르고 나머지 두 줄은 자동 표시에 컴퓨터 사인펜을 칠했다.


작은 형부가 선물해 준 반지갑 안에 지금까지 잊고 있던 로또 종이를 발견했다.

4등에 당첨되었다.(그리고 5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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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감으로 저지르는 만행의 열에 아홉은 꽝이다.

차라리 동전을 던져 앞뒤로 결과를 선택하여 맞출 확률이 오히려 높을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하나를 배운다.

나의 직감보다는 명당 터에 머물러 있을 지박령(?)의 힘이 보다 높은 확률의 당첨을 보장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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