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나의 일기
자기만족에 흥하고 자기만족에 망하는 꼴
‘새해에는 적어도 작년보다는 나아져야지’했지만 26년의 한 달을 살아본 결과,
아무래도 망(한) 각 이다.
#. 주식
얼마 전 은행의 적금이나 예금으로 들어가 있던 돈이 주식시장으로 많이 유입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러니깐 나의 2021(22)년 가을..
남들이 노후 대책으로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는 개인연금조차 없는 나는 때마침 그때 진지하게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대책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자각에 이르게 된다.
바야흐로 자고 일어나면 주식시장이 상향선을 긋고 있던 때였다. 끝없이 오르는 것에는 거품이라는 말이 뒤따르기 마련이고 주식도 예외 없이 거품이다 아니다로 말이 많을 때였다.
그러니깐 하필이면 그때, 퇴사를 한 나에게 평소 만져보지 못했던 현금 다발이 수중에 들려 있었다.
어릴 때 컴퓨터 심심풀이 맞고에서 스톱이라고는 모르며 고를 외쳐 대던 나는 인터넷 세상에서 몇 분만에 몇 천만 원을 따는 건 숨 쉬듯 쉬운 일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은 돈의 동그라미는 컴퓨터 안의 판돈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MBTI의 S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을 가볍게 여기는 성향이 있다, 적어도 나는.
내가 실제로 만져보지 않은 퇴직금은 충분히 가벼웠다.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 간 나의 퇴직금은 수많은 개미들이 수놓은 빨갛고 파랗게 일렁이는 파도와 함께 넘실거렸다.
이 얼마나 짜릿한 경험인가.
한 평의 방구석에서 앉아 퇴사를 했지만 삶이 무료하고 심심할 틈 없이 빨갛고 파란 파도에 자의 한 스푼을 살짝 떨어트린 일렁 이는 파도에 나의 몇 년이 출렁이는 걸 본다는 게. 번지 점프를 하지 않아도 T익스프레스를 타지 않아도 철렁하는 나의 심장을 느끼는 시간들.
몇 년이 지난 나의 주식 현황은 묵묵히 지키고 있는 친구 개미와 기분과 상황에 따라 던지기고 줍기를 일삼던 나 개미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항상 경험은 어떤 방향으로든 깨달음을 주었고, 난 이렇게 인생을 하나 또 배운다. 요행을 바라지 말자.
개미는 뚠뚠이고 인생은 개미다.
아니 인생은 뚠뚠이고 개미는 개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