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과 속도
멈춰야 할까? 움직여야 할까?
혼란이 시작되었다.
각오와 다짐이 흐려진다.
마음이 흩어진다.
감성적인 나와 마주한다.
노트에 멈춰야 하는 이유와 그러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적어 내려갔다.
다시 찬찬히 읽어본다.
어느 쪽에도 타당한 이유는 없다.
그저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게 문제다.
큰일이다.
이러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또 이렇게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도 아니다.
다만 그랬을 때의 대처방법에 대하여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즉흥적으로 사는 척을 했지만 철두철미한 계획형 인간인 것이다.
쫄보의 강력한 방패인 눈앞의 계획이 없으니 정말 큰 일이다.
멈춤에 중차대한 이유를 갖다 붙이지 않았듯이 시작에도 또한 그렇게 하려 한다.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시작되듯이, 어느 날 갑자기.
김장김치를 냉장고에 넣지 않아 김치가 신 것 같다고 하자 엄마가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어버린 어제 '내가 만약 일을 하고 있었으면 이렇게 전화를 끊어버릴 만큼 화가 났을까...' 이라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갖다 붙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