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라이프

모든 시간은 미지수로 둘 것(부재 : 나도 내가 무척이나 궁금해)

by just E


'측두엽에 생각이라는 것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엉키어 있는 생각들은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분명 어제까지는 이렇게 시작하는 글을 써 내려갔다.


(오늘)

우연히 앨범에 끼워지지도 못 한 수많은 B컷의 사진을 발견했다.

한 장씩 천천히 넘겨보았다.

대부분은 인물사진이고 몇 장 되지 않은 풍경사진이 있었다.

어느 사진 하나 웃고 있지 않은 얼굴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 여행들이 항상 즐거웠던 건 아니었다.

아직까지 또렷하게 남아 있는 기억들이 그날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라오스에서 친구와 서로 감정이 상해 에어컨 바람보다 싸늘했던 리버뷰 호텔 침대 끝자락의 공기,

삼십몇 년 만의 폭설로 인해 모든 비행기가 결항되어 다음날 반드시 출근을 해야 했지만 제주에 갇혔던 날들 모든 걸 포기하고 씁쓸하지만 아름답게 내리는 눈을 보며 생전 처음 보는 게스트하우스 1일 동거인과 마셨던 소주 한 잔,

펜션에 나타난 쥐만 한 바퀴벌레를 보며 괴성을 질렀던 일과 사발로 바퀴벌레를 덮어 두고 잤던 대학 친구들과의 여행.

사려니 숲을 7시간 걸으며 결국엔 출구를 찾는 게 목적이 된 혼자만의 여행.


예측불가 상태


이런 모든 일들은 여행 전 계획표에 플랜 G로도 세워져 있지 않던 일들이었다.




풀리지 않던 생각 실타리의 시발점을 찾았다.(찾았다고 믿는다)


내 인생은 예측이 가능 해 졌다.

올 해는 백만 원 내년에는 백오만 원 그다음 해에는 백십만 원.

사람의 생이 순리대로 돌아간다면 그에 따라 이루어질 만남과 헤어짐.(어른들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오늘의 내일, 어제의 오늘, 어제의 내일.


모든 게. 이렇게. 너무나. 쉽게. 그려진다는 게 문제였다.


나의 상상력은 빈곤하고, 그 빈곤함은 초라함을 불러왔다.


이런 감정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생각의 끝(해답)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삶을 미지수로 둘 것!

어떤 것도 정의 내리지 말 것!


미지수를 희망으로 (포장하는 또는) 생각하는 힘은 갖고 있으나 정의된 삶을 안정이라고 받아들이기엔 아직 부족한 인격체라는 것은 분명하다. - 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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