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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E Apr 02. 2023

수지타산

사계절만 살아보면

"얼마를 받으면 제주에서 생활할 수 있겠어요?"

".....네-에? 글쎄요, 그런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요."


5개월 전,

면접을 보면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돈'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본건 처음이었다.

'아니! 내가 살아가면서 연봉이라는 걸 협상하면서 입사를 했던 적이 있었던가?'


보통 일반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연초에 사측과 연봉이라는 걸 협상하며 자기 몸값을 올린다고 들어는 봤지만, 지금까지 급여 테이블에 따른 호봉에 따라 매년 3만 원씩 5만 원씩 올려 주는 대로 받던 사람이 면접에서 돈 이야기를 나눌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게 시초였다.


면전에서 나누는 돈 이야기는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너네가 생각해서 적당히 보다는 많이. 내가 연고지도 없는 제주에 내려가서 개고생 컨티뉴 인 건 알잖아?'라는 마음의 소리를 내 입으로 뱉어내지 않아도 알아줬으면 했다.

하지만

인생이란 내가 했던 말과 행동만이 결과로 나타나는 법이다,
공짜라는 건 없다.


잠시 뇌리를 스친 이성이라는 놈은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한 달 동안 주인님의 소가 되어 밭을 갈고 받는 쥐꼬리 같은 품삯의 수치를 알려줬다.


과연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숫자를 내가 지금 단 몇 초 안에 잘 말할 수 있을까?

면접의 질문 중 난이도 극상의 질문이었다.


'합격을 해도 갈 수 없는 숫자는 내가 안된다.

내가 가고 싶은 숫자는 회사가 안된다.'


어쩔 수 없이 내 입에서 나온 이정도와 이정도의 간극은 어마무시했다.

'이정도와'를 받아들인 회사와 '이정도의'에 간절히 머물러 있던 나의 마음.


첫 월급


'아.... 이정도와였구나!'


5개월 전으로 돌아만 갈 수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 내 입을 꿰매고 싶었다.


독립 


'부모로부터 진정한 독립은 경제적인 부분까지 포함되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과거 나 자신의 순진함을 개탄했다.


제주에는 한 블록마다 커피집이 있지만 그 모든 걸 누릴 수 있을 만큼 나는 부유하지 못했다.

(연예뉴스에서) 리포터가 연예인들의 수입에 대해 물어볼 때면 연예인들은 센스 있게

"이제 커피숍에서 커피값은 보지 않고 주문해요."라고 했던 말이 떠 올랐다.



서울에서 내려올 때 켜켜이 쌓인 짐들을 비집고 챙겨 온 모카포트는 그나마 잘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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