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만 살아보면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올 수 있었던 건 가장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취업
비대면으로 면접을 보고 정식 근무를 하기 전까지 주어진 몇 개월의 시간은 다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용기를 줬다.
어렵고 힘든 시간들이 중간중간 있었지만 해내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첫 출근,
점심시간의 식당.
어쩌다 보니 동석을 하게 됐다. 식당에는 직원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제주도는 어떻게 내려오시게 됐어요?
... 남편분이랑 같이 내려오신 건가요? “
...
“.... 네?”
사실 전임자에게 업무 인수인곌 받을 때 한 차례 나의 가정사에 대해 들었던 말이었다. 놀랐던 건 소문의 가지가 좀 넓게 뻗쳐 나가 있단 점에서였다.
‘서울에서 내려왔는데 결혼은 했고 아직은 애는 없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사람 사는 곳 어디든 뜬소문이 있기 마련이지만,
아무도 모르는 곳에 흔적 없이 내디딘 첫발에 수많은 사연이 깔려있었다.
소문에 비해 백지와 같은 나의 과거에 점이라도 찍었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머- 죄송해요,
여긴 결혼한 사람이 많아서.. “
정말 괜찮았다. 그 말은
학연 혈연 지연으로 골치 아픈 한국 사회에 더 좁은 섬이라니 ‘오죽하겠는가?’라는 생각에 불콰해졌을 뿐이었다.
옆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의 그 끝엔 또 어떤 사연이 붙을지 궁금해졌다.
.... 그래도 제주 사람들은 좋다.
알 수 없는 표정 그 끝엔 다정함이었다, 8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