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만 살아보면
'주말에 뭐 하셨어요?‘
제주에서도 나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이 생겼다.
점심시간이면 회사 식당에서 만나는 직장동료.
내가 식당을 찾는 시간대에 늘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과 점심 메이트가 되어있었다.
보잘것없었던 나의 주말이 부끄러워..
‘.. 아.. 함덕 갔다가 왔어요.’
갈 곳 없어 찾는 곳이, 함덕이 되어 있었다.
제주생활 5개월 차에 접어드니
커피 한 잔 마시러 기꺼이 갔던 30~40km가 너무나 멀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겨우 커피 한 잔 하러 서귀포를?‘
최소한 두 가지의 목적을 가지거나
간절한 한 가지 목적 정도는 있어야만
운전대를 잡는 손이 즐거웠다.
서울에서 내려와 매번 갔던 바다와 매번 갔던 전시도 새롭고 소중했던 때가 있었지만, 언제든 갈 수 있는 거리는 매력을 반감시켰다.
주말이면 ‘무엇을 할까?’라는 생각 보다
가끔은 ‘또 뭘 해야 하나?’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지금이면 수국이 만개했겠네요..,
지금 한치가 제철이에요..,
올레길 패스포트 찍고 있어요...‘라는 소식들은 주말의 물꼬를 터줬다.
가을에는 올레길을 걷기로 했다, 점심 메이트와 함께.
제주에서 휴일에 만나는 사람이 생길 것 같다.
그래, 맞아.
조금은 외로웠다.
처음부터 가지지 못 한 사람은 모르지만 가지게 되면 알게 된다, 외로웠단 사실을.
직장인의 평일에 할 수 있는 말과
주말에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으니깐.
제주 입도해 카페에서 보았던
‘00년생 친구를 구합니다.’라는 글은 외로운 사람들의 진짜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