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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E Jul 30. 2023

아이러니

사계절만 살아보면

서울살이에서 마음이 푸석푸석 해 지면,

바스러져 먼지가 되기 전에 제주행 티켓을 예매하곤 했다.


어느 순간부터 자주 지쳤고 그럴 때마다 ‘이곳만 아니면 돼’라는 마음이 부추긴 결과였다.

한 마디로 제주는 현실로부터의 도피처였던 것이다.


2023년 봄날.

“이제 제주도 싫어지면 선생님은 어디로 가요?”

봄날, 이곳의 바람만큼 제주는 나에게 매운맛이었다. 넋두리를 들어주던 지인의 말에 금세 후회가 밀려왔다.

‘이젠 어디로 도망가야 하나?’ 숨겨놓은 패를 잃어버렸다.


얻은 것 하나 없이 잃기만 하는 제주의 삶은 매서운 바람이 사라지고 부터 마음에서도 서서히 사라졌다.

드디어 초록이 보였고 에매랄드빛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휴가 어디로 가세요? “


7월 중순으로 넘어가면서 삼삼오오 모이면 여름 휴가지가 뜨거운 감자였다.

이미 발리나 일본, 베트남 등 해외로 갔다가 온 사람들도 있었다.


“가을쯤 서울에 가려고요...”

서울에 살 때는 먼 곳으로 휴가를 갈 수 없을 땐 ‘제주라도 가자’였는데

겨우 제주 생활 반년만에  

그럴 거면 ‘서울이라도 가자.’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런 마음은 나만이 아니었다.

“여름휴가로 서울에 있는 캐리비안베이를 간다고요? ”

’ 어떻게 여름휴가를 겨우 용인까지만 갈 수 있지?‘

제주에서 비일비재하게 있는 휴가 계획들이 겨우 서울이었다.


서울 반 제주 반

반반 사람이 갖는 아이러니한 휴가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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