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라이프

삼 세 번은 부족해

by just E

어릴 적부터 엄마는 “딱 세 번만 더 해보고..”란 말을 하곤 했다.

보통 그 말은 하기 싫은 상황에 맞닥뜨린 자식들을 구슬릴 때 사용하는 말이었다.


가령,

보라색도 아닌 게 보라색인척 하다가 삶아 버리면 물컹물컹 해 지는 가지를 처음 먹던 날

“딱! 세 번만 먹어보고”라는 말을 했고

한창 롤러스케이트장이 유행할 때 자식 중 유일한 XY 염색체를 가진 동생을 위해 큰맘 먹고 샀던 롤러스케이트가 집에서 한시라도 쉬고 있는 꼴을 볼 수 없을 때, 엄마는 언니들과 나에게도 롤러스케이트를 타라고 했다. 동그란 바퀴가 더 큰 나의 몸을 지탱하는 게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아 스케이트를 타며 네발로 기어 다닐 때도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딱 세 번만 타보고.."


엄마에게는 '3'이라는 숫자는 그다음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 같아 보였다.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더 이상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다가 누군가를 만날 때,

"딱 세 번만 더 만나보고 결정해야지.."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3초도 아니고 세 번이라니? 한 번 싫은 사람을 어떻게 세 번을 만날 수 있단 말인가.

다 큰 어른이 싸우는 상황은 여전히 3과 1 사이의 타협되지 않는 숫자였다.


며칠 전,

바다 수영을 위해 선제적으로 생존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수영장에 갔다.

발과 손을 함께 그것도 열심히 움직여야 하는 상황은 낯설었다. 힘들었다.

힘들어서 낯설었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 본 적이 없는데 '고작'과 '굳이'의 상황을 만들어서 그곳에 있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사실 이해는 되었지만 힘들어서 이해하기 싫었다.

유튜브로 수영 동작을 익히고 다음날 수영장에서 동작을 구현 해 보고.

'어랏, 되네? (어설프게)'


엄마는 틀렸다.

세 번은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하고자 하는 마음,

그게 날 변화 시킨다.





'엄마 나 수영장 네 번째야.'

어? 재미있네?

낯서네.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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