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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E Mar 02. 2024

동거인

사계절만 살아보면

3월의 날씨가 이럴일인가.

일기예보의 기온은 영상이지만 불어오는 바람에는 아직 봄이 오지 못 했다. 길가에는 유채꽃이 피었고, 한라산엔 하얀 눈이 쌓여있다.


제주의 날씨는 혼란스럽다, 마치 지금 나의 삶처럼


2월에 들어온 기숙사는 열 평 남짓한 지난 집 보다 좋다. 누가 봐도 좋다. 문제는 그럼에도 난 싫다는데서 시작되었다.

분명 평수는 넓어졌지만 실거주 평수는 좁아졌다. 퇴근하고 방에 들어가면 문을 열 일이 없어졌다.

문을 열어야 하는 합당함을 찾는데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됐다.


‘어?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란 신체적 반응이 오면 나의 예민이 나에게 묻는다. ‘꼭 지금이어야 해?’

이내 참고 만다.

‘어? 나 식탁에서 맥주 한 잔 하고 싶은데?’란 식욕이 나를 자극하면 나의 예민은 ‘지금 그게 시원하게 목구멍으로 넘어갈까?‘ 이내 참고 만다.


수 없이 참는 시간이 반복되면서 외로워졌다.

제주에 처음 홀로 내려왔던 지난 2월과는 다른 외로움이었다.


풍요 속의 빈곤

하나 일 때 보다 둘 일 때 느끼는 외로움은 변명의 여지조차 없었다.


그나마의 위안은 일방적 불편함은 아닌 듯했다.

주말마다 그녀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녀의 방문도 한 달째 열리지 않고 있다.


도대체 이 삶의 끝에 내가 뭘 얻게 되는 건지 나도 궁금하기 시작했다. 일 년 뒤 나에게 남는 게 겨우 월세를 아낀 몇 백만 원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불편한 동거 생활이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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