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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E Mar 25. 2024

서울앓이

사계절만 살아보면

'아 집에 가고 싶다.'란 속엣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사계절만 살아 보려 했던, 일 년이 이 년째가 되었다.

낯섦이 주는 설렘이 사라지고 있다.

좋지만 좋지만은 않는 느낌

요즘의 느낌이 자주 그랬다.


퇴근을 하며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아 집에 가고 싶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집이 있지만 집은 아니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퇴근을 해도 회사에서 갖고 있던 형태와 크기가 조금 다른 어떤 긴장감을 가지고 집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기숙사 생활이라 말했더니, 직장 동료는 그냥 집을 셰어(share)한다는 생각으로 마음 편하게 살라고 조언을 건넸다.


모든 게 애매모호해졌다.

도대체 집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나의 공간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함께해야 하는 공간이며, 함께 하는 공간 안에서 조심과 배려의 수위는 어느 정도를 유지해야 하며 나의 개인적 취향은 어느 정도 인정 될 수 있는 것인가.


기숙사 생활이 시작되면서 안락했던 나만의 동굴은 사라졌다. 모든 경계가 희미해진 불투명한 존(zone)에서 서로의 불편함을 각자의 시선으로 마주하고 있다.


집이 그리워졌고 자주 서울에 가고 싶었다.


밤 10시,

기숙사로 가는 길 차가운 공기 속에 따뜻함이 묻어있는 바람이 불었다.


봄이 오면 모든 게 해결될 것만 같은 바람이었다.

그건 나의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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