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나의 일기
최근에 개인적인 만남을 한 적도 없고
(업무적 관계는 백만 명이었지만)
잠잘 때 아직까지 경량패딩을 입는 몇 계절을 앞서는 패셔니스타
(혹은 찐따가) 난데
성립될 수 없는 조건들 속에서 왜 때문에 감기에 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세상 더러운 감기에 걸렸다.
첫날은 콧물이 머리에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다면
사흘이 지나 나흘이 되니 머리에 가득 찼던 콧물이 코안과 목구멍으로 내려와 가득 차 있는 느낌이다.
근데 이건 느낌만이 아니라 사실이다.
현실은 드라마나 영화처럼 청순가련하게 아픈 거 따위는 없다.
몹시 아프거나 몹시 더럽거나 극단적인 둘 중 하나의 상황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난 아픈 기간 동안 한 가지 능력을 얻었다.
무미의 능력을 얻어 뭐든 먹어 치울 수 있는 힘이랄까.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담이다, 진짜 오랜만에 아파서 웃음이 필요하다)
건강이 최고 라더니 근근이 유지하고 있던 나의 비장의 무기 튼튼이 마저 나이에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슬픔이.. 아니 기괴함이.. 아니 현실이 덮쳐오고 있다.
아. 누가 나이 듦이 아름답다고 했던가.
그나저나 제주 생활 3년 차에 내장탕은 점점 입에 맞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