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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댚 Feb 20. 2022

#8. K2 등반 전 북한산 연습 등반

- 들이대기, 까여보기, 울어보기

처음에는 잘 될 것 같았습니다.

[K2 전경, 출처 : 구글]


1. 창업가는 자신감이 가득 충전된 채 사업에 첫 발을 디딥니다.


2. 창업가 눈에는 내 아이템이 진짜 신박하고, 시장도 크고, 마켓 트렌드도 내 사업을 뒷받침해주는 논리로 흘러갑니다. 주변 사람들도 좋은 아이템이라고 말해줍니다. 그렇습니다. 내 사업은 매력적입니다.


3. 그래서 사업 시작할 때는 신이 납니다. 왜냐? 될 것 같거든요.(저도 그랬습니다..) 


4. 창업가의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게 백만 가지이며, 이 백만 가지를 실행 시에 정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5. 그래서 그 백만 가지를 모두 다 진행할 계획을 수립합니다. 우리 회사와 상품을 잘 보여줄 웹앱을 만들고 그곳에 업로드할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제작할, 그 후 사업을 확장할 중장기 계획을 멋있게 세우지요. 


6. 그런데 이 모든 걸 하려면 사람과 돈, 둘 다 필요합니다. 근데 초기 창업자는 이 둘 다 없지요. 그래서 이 둘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7-1. 사람부터 시작합니다. 가까운 지인부터 옛 동료들까지 온갖 주변 인맥을 끌어내어 '내 사람' 만들기 작전을 펼칩니다. 내 사업과 이 아이템이 얼마나 유망한지 설득하고, 곧 다가올 성공에 함께 하지 않겠냐며 들이댑니다. 이 과정에서 밥 먹고, 차 마시는 돈이 생각 외로 많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매우 쉽게 까입니다.


7-2. 설득된 몇몇 사람들과 함께 준비를 시작합니다. 코파운더로 함께 한다면 주식 셰어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는 뭘/어떻게/얼마나/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할지 엄청난 고민에 휩싸이게 되며, 일반 팀원으로 합류한다면 4대 보험과 함께 매월 급여가 지급될 때마다 현타가 오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7-3. 팀원 급여가 나갈 때 대표는 비로소 느낍니다. '아.. 내가 회사 다니면서 월급 받을 때가 정말 좋았던 거구나..'(전 회사의 사장님을 이해하게 됩니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대표는 그 '사람'들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며, 적절히 업무 분배를 해줘야 하고, 격려와 동시에 진행 상황 팔로업 및 피드백도 해줘야 합니다. 이 때 대표로서 팀원 관리는 예전 팀장이었을 때의 팀원 관리와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8-1. 돈을 구하기 위해서는 각종 지원사업 및 공모전 등에 열심히 지원합니다. 투자사 IR도 열심히 다닙니다. 신보/기보를 통한 대출도 알아봅니다. 말만 그럴듯하게 써내면 쉽게 통과될 것 같습니다. 내 사업은 매력적인 사업이니까요. 이 과정에서는 지원서 작성을 위해 밤을 새우게 됩니다. 실제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고 디벨롭할 귀한 시간에 말이지요.


8-2. 보통은 정말 '개' 까입니다. 그러다 운 좋게 지원사업에 선정이 되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지원사업은 인건비 지원이 없습니다.(특히 대표/기존 직원의 경우) 오로지 '사업개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요. 지원서를 야심 차게 작성해서 그 돈을 땄더라도 실제 지원한 범위 내에서 증빙 가능한 외부 업체를 통해 사업 개발을 진행하게 됩니다.(회사에 돈을 '주는' 구조가 아니라 무조건 '써야'하는 구조임)


8-3. 업체를 찾을 때 비교견적은 기본이고, 세금계산서와 같은 증빙 및 이체 내역 등의 정산보고서 작업도 필수입니다. 귀중한 세금으로 운영이 되는 것이니까 당연합니다. 지원사업 중 사업 방향이나 아이템이 수정되었더라도 그에 맞춰 쉽사리 계정과목이나 예산 전환이 어렵습니다. 이미 초기 방향과 목적을 보고 사업이 선정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어- 내가 사업하려고 이 지원사업을 따 낸 건가, 아니면 지원 사업하려고 사업을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9. 사업 개발은 어디 또 쉬운 가요. 오만가지 변수가 다 생기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내 아이템은 열심히 영업을 해봐도 '어떤 사업인지 잘 모르겠네요.', '수익모델이 있긴 한가요',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등의 멘트와 함께 창업가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힙니다. 


10. 집에 들어오면 들이댄 게 안 먹혀 짜증 나고, 까여서 속상하고, 법인통장 보면 눈물이 납니다. 


11. 이렇게 들이대고, 까여보고, 울면서 오늘도 대표는 성장합니다. 


12. 이때까지 저의 창업 자기소개서였는데요(쓰면서도 울컥..), 이러한 속상한 일들은 너무나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렇기에 무작정 사업을 시작하고 판을 크게 벌이는 것을 저는 '적극' 말립니다. 


13. 사업을 정식으로 시작하기 전 법인을 설립하거나, 함께 할 사람을 모으거나, 투자를 받으려 돌아다니거나- 이건 MVP를 실행해서 고객과 시장의 반응을 보신 후에 진행하시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14. 법인 설립하고, 직원 뽑아 월급 주고, 회사 홈페이지 만들었어도 내 상품과 서비스를 아무도 안 찾아주면 결국은 그 사업은 지속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 오늘의 결론 : 사업을 벌이기 전에 미리 고객과 시장 반응을 볼 수 있는 MVP를 실행해 보세요.

- 판 먼저 키우는 것보다 아이템을 개발하는데 더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 들이대고 까여보고 울면서 성장하는 창업가의 세계



To be continued-

9. 이 산이 맞습니까? - 네 맞습니다.

- 법인 설립(정관/등기/사업자 내기)

- 법인통장 개설

- 명함 파기



회사 10년 다니다 퇴사한 창업가 개인의 경험사로,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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