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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 Pul Nov 12. 2023

니체 씨, 오늘은 안녕하신가요?

# 5

# 5     

 다시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한 장면.  

   

 사하라 사막에 우편 비행기가 내리면 가끔 근처에 사는 원주민이 창을 들고 찾아옵니다. 비(非)문명 그 자체인 사람들. 평생 그들이 본 것은 메마른 사막과 뜨거운 모래바람, 이글거리는 태양, 둥근 달 그리고 차가운 별들. 오아시스는 구경조차 못 하고 어른들의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것. 그들이 마시는 물은 깊디깊은 샘에서 퍼 올리는 흙탕물이거나 양젖. 

 여차하면 다른 부족을 습격하는 야만의 이 부족민을 ‘교화’시키기 위해 비행사들은 이들을 비행기에 태워 1,000Km 떨어진 폭포에 데리고 갑니다. 세상은 당신들이 보고 있는 모래와 사막 외에 새로운 것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림이 아니라, 이야기가 아니라 실물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리하여 사막에 추락한 비행사가 우발적으로라도 야만의 습격을 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이윽고 비행기는 부족민 대표를 태우고 날아가 엄청난 소리를 내며 계곡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를 보여줍니다. 말이 필요 없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부족민의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물소리 때문이 아닙니다. 저게, 저렇게 떨어지는 게 바로 물이라니!

 입을 딱 벌린 채, 휘둥그레진 눈으로 폭포를 바라보는 부족민들은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흘러도 움직일 생각을 안 합니다.

 비행사가 인제 그만 가자고 채근합니다.

 “더 볼 것이 뭐가 있다고. 갑시다…”

 “기다려야 해.”

 “무엇을 기다려요?”

 “끝나기를.”

 비행사는 차마 이 물이 천 년 전부터 계속 흐르고 있는 거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니체 씨. 당신의 초인은 10년 만에 세상에 내려와 “신은 죽었다!”고 외쳐댑니다. 당신의 시대엔 그 말이 청천벽력이겠으나 지금 사람들은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을 겁니다(그나저나 10년이 뭡니까. 동양적 관념이라면, 세상 사람들을 감동시키려면 최소한 20년은 면벽수련해야지요!). 신은 죽은 게 아니라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이즈음 신의 존재는 찾기 어렵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신 앞으로 가는 게 아니라 AI에게 갑니다. 주부들은 친정엄마 아니라 유튜브에 물어보고, 학생은 학교 선생님이 아니라 학원 선생님을 찾아갑니다.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로도 알 수 없는 게 우리의 앞날. 자신의 삶을 조금씩이나마 알아가는 게 아니라, 시대를 깨달아 가는 게 아니라 밀려가고 쫓겨갑니다. 그리하여 우울이, ‘대책 없음’이 깊어집니다.

 신은 죽은 게 아니라 오만한, 교만한 인간들에게 자신이 앉았던 의자를 잠시 빌려주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부족민이 전혀 모르는 세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그 시간이 우리에게는 언제 찾아올지 니체 씨는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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