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짝을 딱! 때려주고 싶어
24. 욱하는 심정은 알겠지만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중에는 그래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순간적인 감정으로 저지르는 것들이 많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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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는 심정에 술 마시고 돈을 안 냈더니 사기죄로 들어왔습니다. 1년형을 받았는데 항소를 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에 똑같은 죄명으로 6개월을 산 적이 있으니 감형될 것도 아니고 감형받고 싶는 생각도 없어서 항소 포기한 거죠. 처음 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저질렀는데 나만 징역을 살아서 억울한 심정도 있었죠. 제가 못생겨서 저만 징역 살았다는... 출소하자마자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술집 가서 부러 돈을 안 내고 술을 마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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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전에 억울한 일을 당했고, 그게 가슴에 맺혀 이번엔 어쩌나 보려고 일부러 주머니를 비우고 술을 마셨다고 했다. 많지는 않지만 통장엔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 미친...’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에게는 나름대로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부모님 모두 생존해있지만 정이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스무 살 넘자마자 지방을 떠돌며 막일하며 지냈다. 절에도 다니고 교회도 다녔다. 이상하게 살 의욕이 없었다. 이유가 있었다. 얼굴이 유독 험하게 생겨서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는 것이었다. 거울을 보지 않는다. 자신의 얼굴이지만 자신도 마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절에 갔다가 갑자기 허무해져 뒷산에 올라 목을 맸지만 실패했다. 교회 목사님들에게 조언을 들으려고 했는데 너무 상투적인 말만 해서 더 죽고 싶어져 약을 먹었으나 이 또한 실패로 끝났다. 갇혀보니 편했다. 왠지 얼굴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만 같은 ‘안전함’을 느꼈다. 굳이 죽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었다. 돈 안 내고 술 마신 건 징역을 살기 위한 핑계였다.
“일을 잘하다가도 누가 쳐다본다 싶으면 욱하고 화가 올라와요. 길을 가다가도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힐끗 쳐다보면 욱하고 화가 올라와요.”
사실 그는 그리 못생긴 얼굴이 아니다. 잘 생긴 얼굴도 아니지만. 요컨대 평범한, 그렇고 그런 장삼이사의 얼굴인데도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버지의 말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뭘 잘하지 못하면 “못 생긴 것이...” 중얼거렸다. 대놓고 말한 것도 아니고 그게 아버지의 입버릇인데 그 말이 유리 파편이 되어 가슴에 꽂혀버렸다.
“스님이나 목사님이 감정을 다스리는 연습을 하라고 합니다만 그게 말처럼 쉬운가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욱하고 올라오는 게 있어요. 그게 뭔지 모르지만.”
어찌 생각하면, 안 좋은 말, 오해의 말을 듣고도 욱하고 올라오는 게 없다면 사람도 아니다. 그렇다고 욱하는 심정으로 저지르는 일들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는다면 이건 병이다.
우리의 세상이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건 내 탓인가 남의 탓인가. 서로 등짝을 쳐가며 생각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