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무슨 자격으로 상담하나

- 등짝을 딱! 때려주고 싶어

by Li Pul

28. 무슨 자격으로 상담하나


가끔 무슨 자격으로 상담을 하느냐고 시비 아닌 시비를 거는 분들이 있다. 아마도 상담을 통해 시원한 결과를 얻지 못했거나, 갑이라도 되는 양 배려 없는 말을 하는 상담사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상담사라고 해서 인생의 답을 다 아는 사람들이 아니다. 상담사라고 해서 성질 좋고, 배려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상담사도 있겠지만 대개는 일반인과 별로 다르지 않다. 여러 해 공부를 하고 임상을 통해 경험을 쌓는다 해도 마찬가지다.

좋고 효과적이며 정확한 상담을 위해 숱한 실험 끝에 여러 이론이 나왔지만 결국 인간을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


상담의 방법도 다양하다.

얄팍하나마 위로의 알약을 주어서 효과를 볼 수도 있고, 상처를 더 깊이, 낱낱이 드러나게 들쑤셔서 치유토록 하는 아픈 방법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 어느 방법을 쓸 것인가, 상담사는 그걸 판단하게 된다.


상담을 하다보면 내 판단이 옳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옳다고 믿고, 확신에 찬 무언가를 위해 행동에 나설 때, 상대에게 물어보지 않고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야심을 품는 건 문제가 있다. 그걸 결정하는 건 상담사가 아니라 내담자 자신이어야 한다.

좋은 상담사란, 기회가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사람이다.

상담사란, 나도 아프지만 “당신 괜찮아요?” 라고 묻는 사람이다.

상담사란, 내담자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을 찾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대부분은 위대한 재목감이 아니며, 유능한 상담가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가장 능력 없는 사람도 생명이 있음으로 해서 기회를 가질 수 있음을 알게 해주고, 아픔 있는 사람 옆에 앉아서 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니 당신, 무슨 자격으로 상담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냥 미소 짓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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